자양4동, 모아타운 사업지 철회 검토
송파 삼전동, 주민 동의서 징구 난항
원주민 반대 부딪혀 사업 속도 더뎌
“부동산 투기꾼들 놀이터로 전락”

서울의 한 노후 주거지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의 한 노후 주거지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모아타운이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급기야 모아타운 사업지에 선정이 되고도 사업을 철회하는 사업지도 등장했다. 다른 사업장에서 추가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진구는 자양4동에 대한 모아타운 사업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 관리계획 수립에 대한 주민 설문 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75.9%에 달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아타운 선정된 곳 중 철회 의사를 내비친 곳은 자양4동이 처음이다.

모아타운은 모아주택(노후 빌라 개별 필지를 한데 묶어 블록 단위로 개발) 개념을 확장해 10만㎡ 이내 지역을 한 그룹으로 묶어 중층 아파트로 개발하는 새로운 유형의 지역 정비방식이다. 신속통합기획과 함께 오 시장의 핵심 주택공급 정책으로 꼽힌다. 기존 재개발과 비교해 노후도·용적률 기준 완화 등 각종 규제 혜택이 제공되고 기간도 절반 이하로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며 관심을 끌었다.

자양4동은 12-10번지 일대 7만5608㎡가 지난해 10월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다. 한강변과 인접한 지역으로 서울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더블 역세권인 데다 영동대교를 통한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 모아타운 추진에 기대가 컸다. 반대 이유로 주민 중 68.8%는 ‘현재 상태로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모아타운의 사업성이 부족하다’(13.4%)과 ‘임대수입이 없어져 생계가 어렵다’(13.4%), ‘재개발 등 대규모 개발을 원한다’(9.7%), ‘입주를 위한 추가 분담금 부담이 크다’(7.3%) 등을 이유를 들었다.

광진구 자양4동 모아타운 위치도 / 자료=서울시

자양4동뿐만 아니라 모아타운을 추진하는 서울 여러 지역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송파구 삼전동은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곳은 삼전동 64-1번지 일대(28만㎡)에서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 중이다. A·B·C구역 등 3개 구역이 17개 블록으로 나눠져 있다. 모아타운 사업지로 선정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다.

삼전동 모아타운 통합준비위원회는 한국토지신탁과 사업시행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지 선정을 위한 주민동의서 징구에 나섰지만 비상대책위원회 반대서명에 부딪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A구역에선 60%, B구역에선 40%, C구역에선 50%가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주민들은 분담금 부담이 큰 데다 구역 내 공사 기간 동안 임대 수입이 끊길 것을 우려해 반대 의사를 적극 표시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러한 갈등이 예견됐다는 반응이다. 모아타운 사업은 노후도 기준이 20년으로 재건축(30년)에 비해 짧고 주민 동의율 30%만 받으면 신청할 수 있다. 허들이 낮다 보니 일부 주민 주도로 선정됐다가 나중에 이를 안 주민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갈등을 빚는 지역은 주로 외지인이 동의서를 걷어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삼전동과 자양4동에서 모아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위원장들은 모두 비교적 최근 주택을 사들인 외지인으로 알려졌다. 합정동 428~437 일대는 외지인 위주의 원룸 빌라 소유주가 구에 모아타운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분이 많은 기존 주민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구 삼전동 모아타운 구역도 / 자료=한국토지신탁

서울시는 이달까지 67개 구역을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했으며 2025년까지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현 상황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리계획이 수립된 곳은 5곳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아타운 신청 요건이 높지 않다 보니 모아타운 추진구역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며 “추진 주체들이 대부분 외지인이라 기존 원주민들과 마찰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모아타운이 외부 투기 세력의 유입으로 부동산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아타운 대상지에 선정되더라도 조합 설립을 위해선 주민 동의율 80%를 충족해야 한다. 일반 재개발(동의율 75%)보다 더 까다로운 수준이다. 한 모아타운 대상지 내 한 주민은 “조합이 설립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데 개발이 당장 진행될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가운데 소규모 지분인 ‘쪽지분’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보려는 외지인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아타운이 철회되고 나면 그 지역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며 “서울시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보단 모아타운 정책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주민 갈등을 중재할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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