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공청회 열고 E-9 시범사업 계획안 공개···“연말 서비스 제공 목표”
정부 인증 서비스 제공기관 통해 수급···“공급 부족 시장 원인 주목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 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이 경력과 언어능력, 범죄이력 등 검증을 거친 인력을 고용해 출퇴근 방식으로 수요 가정에 제공한단 구상이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저출산 해법이 될 수 없고, 긴 호흡을 가지고 살펴봐야 하는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단 지적이다. 정부는 이해관계자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올가을 시범사업안을 확정하고 연말 서비스 제공을 시행한단 계획이다. 

3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E-9(취업비자) 시범사업 계획안 공청회’에서 정부는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 확대안을 공개하고 관련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의견을 청취했다.

현행법상 가사·육아에 있어 외국인력은 재외동포(F-4)·결혼이민(F-6) 등 장기체류자와 방문취업동포(H-2)는 취업이 가능하나 비전문인력(E-9)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재 내국인 가사·육아인력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고령화도 심화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저출산 대응과 여성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외국 인력 활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당초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논의는 비용 절감 취지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현재 가사·돌봄인력 비용은 최저임금제가 적용돼 통근형은 시간당 1만5000원 이상, 입주형은 내국인이 월 350만~450만원, 중국동포는 월 250만~350만원 수준이다. 

이에 정부가 홍콩이나 싱가포르 방식으로 최저임금제 적용을 하지 않고 내국인 대비 낮은 임금을 적용할지 관심을 모았으나 이날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 노동법 적용을 국내인과 동일하게 받아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도록 한단 방향을 제시했다.

3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3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외국인 가사도우미도 최저임금 적용···서비스 기관 정부 공모로 선정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정부 인증기관 방식으로 하기에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등 내국인 가사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을 적용받는다”며 “대부분 경우 근로기준법을 그대로 적용받으나 가사근로자 특성상 일부 규정은 적용이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E-9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을 고용허가제를 통해 가사근로자로 들여온단 계획이다. 규모는 서울 전지역을 대상으로 100여명을 검토 중인데 정확한 인원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사업 방식은 정부 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 기관이 외국인 가사 인력을 고용한다.

이 담당관은 “가사근로자는 가사 서비스 제공 기관과 근로 계약을 맺고 가사 서비스 제공 기관은 이용 가구와 이용계약을 체결한다”며 “이에 따라 가사근로자가 가정에 출퇴근 방식으로 가사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제공 기관은 정부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법인, 가사근로자 5명 이상 상시 고용, 인적 및 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 수단(책임보험 가입) 등을 갖춰야 한다. 가사근로자 불편 사항 및 고충 처리 수단도 있어야 하며 전용사무실 등 법령으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신뢰성 있는 인력 확보를 위해 가사 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필리핀을 우선적으로 도입 국가로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은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 훈련 후 수료증을 발급한다. 가사인력은 가정에 들어와 서비스를 제공한단 점을 감안해 경력, 지식, 연령, 언어능력, 범죄이력 등을 꼼꼼하게 검증한단 계획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외국인 가사 서비스는 현재 직장 경력을 유지하며 육아 부담을 지고 있는 20~40대 맞벌이, 한부모, 임산부 등이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용자들의 소득, 지역 등이 편중되지 않도록 균형 있게 배분한단 계획이다. 

제공받는 가사 서비스는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의 보호·양육 등 가정생활 유지, 관리에 필요한 업무들이다. 이용시간은 종일제, 시간제 등 가구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이 담당관은 “시범사업안은 확정된 안은 아니다. 오늘 공청회 등 여러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보완 여부를 검토해 향후 적합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급부족으로 인건비 비싸···불법 알선 판치는 돌봄시장 개선해야”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 계획안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사회적 수요를 감안할 때 공급이 많아져야 함과 동시에 가사노동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다. 

가사서비스 업체 홈스토리생활 이봉재 부대표는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데 가사서비스를 실제 시행하려고 하는 부분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민간에서 가사서비스는 더욱 부족하다”며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사 근로자 공급이 훨씬 많아져야 하고 사회적 안정적 대우도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병행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가사 육아 도우미를 구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업계 얘기를 거론한 이 부대표는 “공급이 너무 부족하기에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부분이 혼재돼 있는게 현실”이라며 “최저임금을 보장하면서 가사도우미도 합리적으로 활동할 부분이 함께 필요하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수요, 공급 모든 분들이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가사근로자 정책이 성급하고 저출산 문제나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단 지적도 나왔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가사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는 가사근로자법이 70여년, 짧게는 10년이 걸렸다. 근데 1년도 안되는 사이에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제도,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외국인력 도입이 늘어나는 퇴직자, 60대 중고령 구직자에게 영향을 주는 분야가 돌봄 분야이다. 제조업 등에 도입하는 인력과 달리 얼마나 세심한 준비가 있었는지 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실종됐단 비판이다. 최 위원장은 “누가 얼마나 왜 어떤 비용으로 외국 인력을 필요로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며 “절차가 하나도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3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3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돌봄 시장 내 불법이 판을 치는 실태 개선이 필요하단 언급도 있었다. 길민주 전국고용서비스협회 사무총장은 “불법비자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알선, 중계하는 행위를 거침없이 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는게 타당하다면 협회나, 사업자, 근로자, 구직자들의 얘기를 종합적으로 들으며 불법, 편법이 잠식하지 않는 합법적인 시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대부분 경제 발전 국가에서 외국인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큰 흐름이다. 외국인 수요는 단순 업무부터 시작하지만 갈수록 언어, 직무 분야 숙련도가 높아지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그동안 제조업, 농축산업, 건설업 등 남성 중심 외국인 노동 수요가 많았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턴 서비스업 쪽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사 돌봄 업종에 종사하는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 양질의 서비스 품질,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권리 보호를 정책 논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단 조언이다.

이 본부장은 “외국인 가사 노동자 도입 관련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주잔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고용부는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제도 도입이 어렵다고 보고 지난해 가사종사자 권익을 보호하는 법제도를 정비했다”며 “기본적으로 고용부 입장이 맞다. 노동 종사자 권익도 보호해야 하고 사용인의 만족도도 제고하면서 정부가 시장에 어떻게 개입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순 가사 뿐 아니라 간병 등 노인돌봄까지 포괄한 고령인력에 대한 서비스도 필요하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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