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지부진 유보통합 추진 속도···당정, 소관부처 교육부 일원화 가닥
유보 교원 양성과정·처우 일원화 과제···“처우, 결국 상향 평준화 될 것”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해묵은 과제였던 유보(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을 위해 관리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고 관계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다만, 유보 교사 간 상이한 양성체계와 처우를 감안했을 때 향후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규 대학 및 대학원 출신을 제외한 유보 교사들이 갈등 뇌관이 될 수 있단 관측과 함께 유보 교사 간 처우 차이의 경우 결국 상향평준화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모든 영유아에게 양질의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보육기관인 어린이집과 교육기관인 유치원을 통합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유보통합 요구는 지난 2004년부터 나오기 시작해 2011년 정부가 누리과정 도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확정, 이듬해부터 3단계 유보통합과제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후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다만, 기관 선택에 따른 보육 및 교육 질 차이를 좁혀야 한단 지적이 이어지면서 현 정부는 유보통합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제도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담당부처, 근거법, 기관성격, 교사 성격 등에 있어 이원화돼 있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소관부처로 영유아보호법에 근거하고 있다. 반면,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근거해 교육부의 지시를 받는다. 기관 성격도 어린이집은 사회복지시설인 반면 유치원은 교육시설이다. 

교사 신분이나 양성체계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상이하다.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며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면 유치원 교사는 정교사 자격이 부여되고 교원으로 인정받는다. 지원 수당이나 양성체계도 상이하다. 

대상 유아 연령도 어린이집은 만 0~5세인 반면 유치원은 만 3~5세로 상이해 통합 논의과정에서 갈등 소지가 다분하단 분석이 나온다.

일단, 정부는 소관부처와 법체계 일원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현재 영유아보호법과 유아교육법으로 나뉜 기본법 체계에 대한 통합 방안 관련 법령 개정안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해 이르면 2025년부터 유보통합에 나선단 구상이다.

유보통합 소관부처는 그간 교육부로의 일원화, 국무총리 산하 유보통합청 신설 등이 거론됐는데, 소관부처는 교육부로 하고 통합 과정의 컨트롤타워는 국무총리실이 가져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이날 국회에서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여당 주최로 열린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선 유보통합을 복지부의 영유아보육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입법을 통해 시작한다는 데 합의했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관리체계가 서로 달라 먹는 것에서부터 교육, 보육서비스의 질이 다른데 대한 문제점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심각한 저출생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줄폐원되면서 영유아 교육 기반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유보통합의 쟁점을 먼저 논의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복지부, 시도의 영유아보육 업무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관리체계 일원화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며 “중앙단위 일원화를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을 시작으로 지방의 관리체계 일원화를 위해 법령 개정을 빨리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당정이 부처일원화와 관계법령 정비에 나섰지만 유보통합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보업계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 자격이나 경력이 달라 급여수준이나 복지 같은 처우개선을 어떻게 할지, 선생님 양성을 어떻게 할지 문제가 복잡하다”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 선생님 수준을 동등하게 하는 부분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원 자격체계를 보면, 어린이집은 3급-2급-1급-원장, 유치원은 준교사-정교사2급-정교사-원감-원장으로 각각 구분된다. 통합 자격체계를 두고 명칭은 영유아교사, 교육대상은 0~5세, 자격체계는 2급-1급-(주임교사)-원감-원장의 자격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통합과정에서 보육교사3급과 학점은행제와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 교육과정을 통해 자격을 얻은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에 대한 자격체계 논의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학점은행제 출신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의 경우 보조교사 역할에 한정하고, 보육교사 3급의 경우 폐지해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간 상이한 처우의 경우 결국 상향평준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보통합 과정에서 그간 유아대상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정보공유시스템을 통합하는 등 성과를 거뒀으나 유아교육 교사자격, 시설기준, 지원방식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며 “유보통합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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