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두고 KT 내부선 ‘컴플라이언스 실패’ 지적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최근 검찰의 ‘KT 일감 몰아주기’ 사건 수사가 한창이다. 검찰은 지난 5월 공정거래법위반(거래상지위남용)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KT 본사와 광화문 지사·KT텔레캅 본사·협력업체 및 관계자들의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20일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구현모 전 KT 대표(사장)와 남중수 전 KT 대표(사장), 박종욱 현 KT 대표이사직무대행 겸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27일엔 남 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구 전 대표가 계열사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FM) 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수사 중인 만큼, 조만간 구 전 대표의 소환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KT그룹에 대한 수사를 두고 KT 내부에선 ‘내부 컴플라이언스 실패’가 화근이 됐다고 말한다. 실제 ‘일감 몰아주기’는 내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옥 KT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은 KT텔레캅 임원에 일감 몰아주기를 직접 지시하고, 해당 임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욕설을 했단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임원은 일감 배분 작업의 불합리성을 느끼고 ‘KT 본사 그룹경영실’에 직접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와 관련된 사안은 그룹경영실에 보고하게 돼 있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KT 본사도 일감 몰아주기 작업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임원은 “본사에서도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업체를 두 개로 줄이는 것에 대해선 KT의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를 했고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정예화가 목적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이 맞더라도 업체를 줄이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더라. 그런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내부 문제제기를 ‘묵살’한 결과, 검찰 수사라는 회사 차원의 ‘악재’를 맞게 됐다. 구 전 대표 등 경영진뿐만 아니라, 전임 이사진들도 현재 혼란스러운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단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회사로부터 연간 수억원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는 데만 주력하는 게 사외이사의 역할은 아니다.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위법 부당한 행위를 눈감아줄 것이 아니라,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전임 경영진과 이사진이 사실상 ‘물갈이’ 되면서 신규 이사진이 꾸려졌고, 다음주면 새로운 CEO 후보도 결정된다.

신규 이사진 및 차기 CEO는 전임자들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그것이 KT가 ‘외풍’에서 벗어나는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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