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인가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아
장미 1~3차 등 대단지 줄줄이 시공사 선정 앞둬
“상반기 실적 부진 만회, 수주 경쟁 치열할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 설립 이후로 앞당겨지면서 송파구에 건설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합설립 이후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대단지가 많아서다. 상반기 도시정비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일감 확보를 위한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26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비몽땅에서 사업장 현황을 살펴보면 이날 기준 서울에서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있는 사업장(가로주택정비, 소규모재건축, 지역주택 제외)은 127곳이다. 이 중 21곳이 송파구에 있다. 용산구(16곳), 서초구(14곳), 영등포구(12곳) 등과 비교하면 서울 자치구 내에서 조합 수가 가장 많다.

일감 확보를 위한 건설사 간 물밑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이달부터 서울시 조례 개정을 통해 재건축·재개발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 설립 이후’로 변경되면서다. 송파구 내에선 2곳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조례가 개정되면서 시공사 선정에 나설 수 있는 사업장이 2곳에서 21곳으로 늘어난 셈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건설업계가 송파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굵직한 사업장이 많아서다. 대표적으로 장미1~3단지가 꼽힌다. 이곳은 현재 3522가구로 건너편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와 맞먹는 대규모 단지다. 잠실 한강변에 자리한 데다 서울 지하철 2·8호선 잠실역과 2호선 잠실나루역 더블 역세권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추정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잠실우성 1~3차(1842가구) ▲한양2차(744가구) ▲가락삼익(936가구) ▲가락프라자(627가구) ▲가락미륭(435가구) ▲송파미성(378) 등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로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올림픽3대장’이라고 불리는 ▲올림픽훼밀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시아선수촌 등도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3개 단지는 올해 잇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해당 아파트들은 1만1390가구 대규모 단지이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 단계에 들어가면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상반기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7조9960억원이다. 1년 전 같은 기간 실적(20조520억원) 대비 60% 가량 줄었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 부담이 커졌고,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확보된 일부 사업 입찰에만 선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데다 청약시장도 살아나고 있어 건설사들도 일감 확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송파구의 경우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많아 관심이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실적 부진을 회복해야 하는 만큼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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