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희망퇴직
노조, 규탄대회···내년까지 단체 행동 예고

26일 카카오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경영실패에 대한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26일 카카오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경영진에 경영실패에 대한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 노동조합이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 경영진의 실패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엑스엘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들의 잇단 희망퇴직으로 고용불안이 심화한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김 센터장에게 경영실패에 대한 사과 및 개선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대화가 결렬되면 단체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26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판교광장에서 카카오 공동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무책임 경영 규탄,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1차 행동. 카카오를 구하라’ 집회를 개최했다. 궂은 날씨에도 이날 현장엔 300명 이상의 조합원이 모여 카카오 창업자인 김 센터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경영 실패를 규탄했다. 

◇ 백상엽 전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대표의 고문 체결 부당성 지적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경력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직과 전직을 지원하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NCP)’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회사는 이와 관련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회사 안팎에선 사실상 희망퇴직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지난 17일부터 회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카카오페이 블록딜 사태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투기자본 매각 사태에서도, 우리가 한 것은 변화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앞으로 카카오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며 “5년 전 카카오커머스 분사를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에 대해 김 센터장은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김 센터장과는 진솔한 얘기를 해보지 못했다. 국정감사엔 출석해도 크루들과의 대화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26일 카카오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경영실패에 대한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26일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경영진에 경영실패에 대한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특히 노조는 경영실패로 인해 사퇴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회사를 떠나지 않고 고문 계약을 유지하고 있단 점을 지적했다. 노조는 반복되는 경영 참사에 대해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으로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직원들을 대표해 발언대에 선 오치문 카카오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크루들은 지금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단 건 알고 있지만, 그 고통이 직원들에게만 전가돼선 안 된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이 경영실패임에도 백 전 대표는 사과도 없이 떠나나 싶더니 고문 계약을 해서 아직도 회사의 곳간을 털고 있다. 이것이 정의로운 일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 센터장 또한 이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격이 없는 대표를 선임하고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크루들을 내몰았다”며 “이 사태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 노조, 김범수 센터장에 항의서한 전달···사과 촉구

카카오 노조는 이날 집회를 마친 뒤 김 센터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카카오 노조는 하반기 예정된 회사와의 단체협약을 중심으로 회사와 논의를 이어나가되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결렬될 경우, 내년까지 조합원이 함께 참여하는 피켓시위 등 단체행동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 CA협의체(전 CAC) 인사를 담당하는 쪽에서 항의서한을 받아 갔다. (김 센터장에게) 전달은 될 것”이라며 “일련의 상황은 경영진에 대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작년부터 재무상황이 악화될 것이 예상됐음에도 연임된 백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냐는 점이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에 단체협약이 예정돼 있다. 여러 사안이 있겠지만, 경영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려고 한다. 다음달부터는 단체협약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나가려고 한다”며 “예를 들어 후보자를 확정한 다음 후보자에 대한 공개 검증 또는 평가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 등이 공기업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노조가 인사권을 행사한단 게 아니라 구성원이 투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의 정보 공개와 어느 정도의 필터링만 진행돼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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