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유 원유가격 인상 공식화···생산비 상승분 60~90% 수준 결정 
우유 소비시장 악화 향후 물가 하방요인···“밀크플레이션 가능성 없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도 우유 원유값이 큰 폭으로 오른다. 지난해 상승액보다 적어도 1.4배, 많게는 두 배 이상 뛸 전망이다. 다만, 올해부터 적용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영향으로 농가 생산비 증가에 비해 상승폭은 다소 낮아졌단 분석이다. 우유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부는 원유값 인상이 우유나 가공유제품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은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유 원유값 인상을 공식화했다. 농식품부 측은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생산비가 1년 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이다. 지난해 이미 미국과 유럽은 원유가격이 55%, 37% 상승했는데 우리나라는 작년 상승한 생산비를 올해 원유가격에 반영한다”며 “농가가 1년 이상 감내한 사실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우윳값 인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생산비, 그중에서도 사료값 상승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사료 생산 여건이 열악해 풀사료와 곡물사료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 기상이변으로 지난해 해외로부터 사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여기에 환율마저 상승하며 지난해 생산비는 전년 대비 13.7% 상승했다.

농식품부 측은 “생산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낙농가가 1년 이상 이를 감내하다보니 목장 경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현장에서 느끼는 낙농가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낙농가와 유업계는 올해 우유 원유값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낙농진흥회에서 원유가격을 결정할 때 소비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낙농가 생산비 변동분의 90~110%를 반영했으나 올해부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적용되면서 소비시장 상황과 낙농가의 생산비를 함께 고려해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낙농가의 생산비가 리터당 115.76원 상승한 상황에서도 생산자와 유업체는 생산비 상승분의 60~90%인 69~104원 내에서 인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작년 기준을 적용했다면 원유가격이 리터당 104~127원 올라야 했지만 올해는 69~104원 범위에서 원유가격이 인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리터당 49원 인상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하에선 우유 소비시장이 급격히 나빠지면 생산비가 오르더라도 원유 가격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소비시장에 큰 변화가 없어 생산비 상승분의 60~90%만을 원유 가격에 반영한단 설명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용도별 차등가격제 특성상 생산비에 더해 우유 소비시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부는 향후 우유 소비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우유 소비는 계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여년 간 국내 유제품 소비는 증가했으나 국내 원유 생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로인해 해외로부터 유제품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산 유제품 자급률이 하락하는 등 낙농산업은 위축돼 왔다.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2001년 63.9kg에서 지난해 85.7kg으로 늘어났으나 같은기간 생산은 234만톤에서 198만톤으로 줄어들었다. 수입은 65만톤에서 253만톤으로 늘어나면서 국산 유제품 자급률은 77.3%에서 44.8%로 급락했다.

이 관계자는 “국산 원유의 최대 활용처인 마시는 우유의 소비는 줄어든 반면 치즈, 아이스크림 버터 등 유가공품 소비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소비구조가 변했다”며 “앞으로도 흰우유 소비 여건은 저출산 대체음료 확대 및 저렴한 수입 멸균유 증가 등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년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우유와 치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등 유제품 시장개방이 확대되는 점도 국내 낙농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우유 원유 가격이 오르면 흰우유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밖에 없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원유값이 리터당 49원 오르자 유업체들은 우윳값을 10%가량 올린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원유가격 인상이 물가에 미칠 예상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흰우유 가격은 유통마진 조절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고 가공식품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농식품부 측은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 대리점 등이 취하는 유통 마진은 흰우유 납품가에 따라 정률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흰우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수요자뿐만 아니라 유통 효율화 등 유통 분야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흰우유,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며 “밀크플레이션 품목으로 꼽히는 빵, 과자류도 유제품 원료 사용 비중이 전체 원료의 1~5%에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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