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입찰 마감 앞두고 물밑 경쟁 치열
GS건설, 부실공사논란 이후 첫 민심 시험대
현대ENG,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앞세워 총력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5000억원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프라자의 수주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주전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2파전이 예상된다. GS건설은 부실시공 논란 이후 첫 수주전이다. 이번 수주전이 민심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 경쟁력이 약화된 GS건설에 밀릴 경우 자존심을 구길 수 있는 만큼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가락동 가락프라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공공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2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가락프라자 재건축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199번지 일원 4만5808.8㎡ 부지에 최고 34층, 12개 동, 1305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5050억원(3.3㎡당 780만원)으로 책정됐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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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에 들어서는 대형 사업지인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 20일 열린 현장설명회엔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화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쌍용건설 등 6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가락프라자 재건축이 건설업계에서 꺼려하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사업시행은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으로 사업 시행을 맡는 방식이다. 건설사가 조합의 사업비와 운영비 등을 조달하는 동시에 개발이익과 위험을 공동으로 책임진다. 한 대형 건설사는 “공동사업시행은 조합과 건설사가 이익이나 리스크를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며 “하지만 원자잿값 급등과 미분양 우려 등으로 출혈 경쟁 대신 선별 수주로 선회했던 상황에서 사업성이 높은 강남 재건축 물량을 확보하려는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재 수주 의지가 강한 건설사는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다. 두 건설사는 현장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락프라자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홍보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2파전이 예상된다”며 “이 밖에도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도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GS건설은 이번 수주전이 도시정비사업에서 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신축 아파트 침수, 무단 설계변경 등 여러 논란으로 현재 GS건설과 자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친 상황이다. 시공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그대로 굳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반면 수주에 성공한다면 신뢰 회복의 발판이 됨은 물론 향후 다른 수주전도 노려볼 수 있다. GS건설은 연내 노량진1구역과 한남4구역, 미아2구역 등에서 수주를 노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수주전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이 악화된 GS건설에 시공권을 뺏길 경우 기업 이미지 훼손은 물론 자존심까지 구길 수 있어서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가락프라자 수주를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앞세워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디에이치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면서도 단독으로 진행한 사업지는 없었다. 수주에 성공한다면 가락프라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디이에치를 처음으로 적용하는 단지가 될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초 가락프라자 수주전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GS건설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지지하는 세력이 나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입장에선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굴욕인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며 “GS건설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파격 조건을 내세울 수 있는 만큼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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