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맞붙는 6편의 韓영화···OTT·외화 '낙수효과' 미미, 분배구조 '심각'

[시사저널e=김동하 한성대 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 교수] 한국 영화의 위기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에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 6편이 외화 2편과 함께 맞붙는 '혈투'는 한국 영화 역사상 없었던 일이다. 7월 중순이 되도록 100만을 넘긴 한국 영화가 딱 3편 뿐이라는 것도, 올해만의 특별한 이야기다.

'하투(夏鬪)', 즉 여름 전쟁이 불붙는 '7말8초'에는 한국영화계 최대 큰손인 CJ, 롯데, 쇼박스, NEW의 투자배급작 4편이 모두 뚜껑을 연다.

어림잡아 4편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총제작비는 11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규모로 보면 300억원이 넘는 <비공식작전>(쇼박스), <더문>(CJ), 200억원대 <콘크리트 유토피아>(롯데), <밀수>(NEW)의 순이다. 15일에 개봉하는 <보호자>(에이스메이커), <달짝지근해>(마인드마크) 2편의 제작비도 합이 200억원 전후로, 6편의 총 제작비를 합하면 총 1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극장의 객단가를 후하게 4800원씩으로 잡더라도, 2700만명의 관객이 영화를 봐야 손익분기점에 달할 수 있다. 6편이 평균 450만명이 들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8월(1214만3천명)의 수준으로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면,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 투자금이 회수되어야 다시 제작비로 투자되기 마련. 영화 업계의 투자 선순환은 이어질 수 있을까.

◇'사이즈'속에 숨겨진 '분배구조'의 문제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영화계의 위기를 사이즈의 문제로 설명한다. 눈에 띄는 큰 영화나 블록버스터 외화는 잘 되고, 작은 영화는 사그라지는 문제는 양극화로 설명한다. 극장은 극장 내외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는 큰 영화에 관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 분명 맞는 분석이다.

하지만 더 깊숙이 자리 잡은 문제는, 분배구조에 있다. 영화라는 프로젝트 속에 내재된 분배구조의 양극화는, 큰 영화 작은 영화 모두 겪는 문제다. 큰 영화는 잘 돼도 부의 쏠림이 심해지고 있고, 작은 영화는 관객들을 만나기 위한 유통비 부담이 점점 커졌다.

일반적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유명배우나 감독은 '개런티'와 '인센티브'를 받는다. 말 그대로 '개런티'는 보장된 수익, 인센티브는 수익이 났을 때 추가로 지급되는 '유인적' 수익이다. 배우의 '유명세'에 따라, 개런티는 십억을 훌쩍 넘는 수준부터 몇 십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건, 유명 배우와 감독 등 극히 일부의 유명 아티스트들 뿐이다. 투자자들의 수익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인센티브의 비중은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영화의 손실은 온전히 투자자들의 몫이다. 영화투자의 수익률은 점점 악화되는데, 개런티와 인센티브는 늘어나는, 여타 산업계에는 흔치 않은 투자환경이다.

한 모태계정 영화펀드 운용사의 경우, 얼마 전 한 한국 영화에 투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배우의 인센티브가 너무 높고 복잡해서, 관리지침을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쏠린 분배구조의 이 영화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고, 적정한 분배구조를 지키려던 펀드는 수익을 놓쳤다. 이 펀드는 다음에는 지침을 요리조리 피해서라도 이런 분배구조의 영화에 투자해야 할까?

◇韓영화, K팝과 다른 점

한국영화는 K팝과 같은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한국영화계는 K팝처럼 분배구조의 문제에 있어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거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K팝의 높은 위상을 설명할 때는 늘 훌륭한 아티스트 뿐 아니라 프로듀서와 제작자들이 함께 거론된다. 함께 K팝을 성장시킨 팬덤과 자본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운 투자자들도 K팝 산업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가수, 작곡가, 안무가, 제작자, 투자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고 경쟁해 왔고, 그 논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한국영화계에서 산업적 논쟁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미미하다. 배우, 감독 이외 프로듀서, 제작자, 투자자 등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며, 자칭 타칭 문화평론가들도 이들의 역할을 잘 모른다. 위험을 무릅쓰고 프로젝트를 감수하는 제작,투자 진영이 위축된다면 글로벌 산업화란 요원한 일이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 최악의 전투를 치러야 하는 한국영화계. 자랑스러운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도 올해 관객들이 시원한 극장가를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올 여름 한국영화계의 사활을 건 전쟁이, 유난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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