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조합창립총회 개최···추진위 구성 이후 20년 만
정비계획안 변경·추가 분담금·상가 협의 등 변수 산적

1998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해당 아파트는 오는 8월~9월 경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장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부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는 게 불가능해지는 만큼, 양도가 막히기 전에 손바뀜을 시도하려는 매도자와 매수자도 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추진 20년 만에 조합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은 모양새다. 당장 정비계획 변경으로 인한 조합원과의 협의와 최대 7억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이 변수로 꼽힌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분담금이 과도할 경우 조합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여기에 500여명에 달하는 상가 소유주들과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19일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총회에선 ▲조합장 선거 ▲조합 정관 확정 ▲시공사 등 업체 승계 여부 등의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5월 재건축 조합설립을 위한 요건인 아파트 소유자 동의율 75%와 상가 소유자 동의율 50%를 모두 맞췄다.

은마아파트에 조합이 설립되는 건 2003년 추진위를 꾸린지 20년 만이다.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정부·서울시의 규제와 주민들 간 내부 갈등이 반복되면서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10년 안전진단 통과 이후 2017년 49층 정비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서울시의 ‘35층 룰’에 막혀 심의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12월 35층 이하로 층수를 낮춰 다시 도전했지만 정비계획안은 보류 판정을 받고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었다. 그사이 재건축 방식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소송전이 이어졌고, 2021년 주민 총회에선 지도부 전체가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부터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도계위 본회의에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기존 14층, 28개 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33개 동, 55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탈바꿈한다. 정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층수의 경우 35층에서 50층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다.

다만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추진위는 조합설립 인가를 받는 대로 층수를 35층에서 49층으로 높이고 건립 가구 수를 늘리는 정비계획 및 구역지정 변경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층수 설계를 변경하려면 재건축 용적률이나 기부채납 등을 놓고 조합원·서울시와 협의가 필요해 2027년 착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합원 추가 분담금도 숙제다. 은마아파트는 현재 용적률이 204%다. 기존 정비계획상 재건축 용적률이 250%로 사업성이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분양가를 3.3㎡당 7100만원으로 높게 책정했는데도 추가 분담금은 최고 7억원에 달한다. 전용 76㎡를 소유한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추가 분담금은 ▲84㎡ 3억1600만원 ▲91㎡ 4억8200만원 ▲99㎡ 7억600만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까지 더해질 경우 거부감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조합은 층수를 49층으로 높이고 용적률도 300%대로 상향하는 정비계획 변경이 통과되면 추가 분담금이 줄고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가 조합원과의 협의도 변수로 꼽힌다. 은마상가는 부지면적 6000㎡ 규모로 대치동뿐 아니라 도곡동, 개포동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상가다. 소유주만 500여명에 달한다. 조합 설립 후 분담금 책정을 놓고 상가와 조합 간 충돌할 수 있다. 상가 재건축은 방식부터 이익분배까지 견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아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사업의 대표적인 변수로 꼽힌다. 앞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멈췄던 원인 중 하나도 상가 문제였다. 현재 추진위가 제출한 정비계획안에 상가 60%가량이 지하로 배치됐다고 전해져 지상층을 원하는 상가와 조합 간 갈등이 예고된다.

또한 법적 시공자 지위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GS건설과 공사비 협상 등도 관건이다. 삼성물산과 LG건설(현 GS건설)은 2002년 7월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엔 지금과 달리 추진위원회 설립 전에도 시공사 선정이 가능했다. 현재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시공사 선정을 맞췄기 때문에 1년 이상을 벌었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현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이 틀어져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