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PF·수익·재무, 연쇄 악화
안전사고 리스크까지 더해져
신용위험 상위 건설사로 번질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업계에 낀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에도 분양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등이 이어져 건설 경기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 원가 부담도 계속돼 수익성 회복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신용위험이 중견 건설사에서 상위 건설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건설산업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를 통해 건설업을 ‘비우호적’이면서 ‘부정적’으로 분류했다. 경기 침체 부문에서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고금리는 건설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분양 경기의 더딘 회복세 ▲PF 위험 축소 장기화 ▲수익성 저하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 악화 ▲사고와 규제에 다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근거로 꼽았다.

분양 경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봤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주택 매매가·거래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락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크게 낮은 수준이다”며 “분양실적 개선 역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한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분양 주택 수의 정체 내지 감소 추세도 건설사들의 보수적인 분양 전략 추진으로 신규 주택공급이 분양위험이 낮은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과 조합원 물량이 확보된 정비사업에 집중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자료=한국신용평가

지지부진한 분양 실적은 건설사의 PF 리스크로 전이되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의 PF 보증 규모는 올해 들어서도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브릿지 PF가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면서 착공과 분양이 지연됐고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책임준공 의무와 관련해 추가로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20조원에 육박했던 PF 보증액은 올해 1분기에도 여전히 20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PF 보증 가운데 상대적으로 위험 수준이 높은 미착공사업장 비중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도 잠재적 불안요소다. 한 실장은 “집값 하락과 공사원가 부담, 고금리 기조 등으로 신규 현장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기존 예정 사업의 본 PF 전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규 현장의 사업성 저하와 금융시장의 투자심리 악화 등을 고려하면 건설사의 PF 위험이 축소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건설사의 수익성이 하반기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시멘트 가격 상승 등 공사원가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재무 부담도 지속될 전망이다. 건설사들의 차입 부담은 지난해 이후 PF 우발채무 대응을 위한 자금소요와 매출 확대에 따른 공사미수금 등 운전자금 증가의 영향으로 크게 확대됐다.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분양 경기 침체로 인한 영업자산 회수 지연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건설사들의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 자료=한국신용평가

문제는 최근 안전사고와 정부 규제와 관련한 리스크까지 가중됐다는 점이다. GS건설이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건설 현장의 사고와 관련한 정부 조사 결과를 앞두고 있고 호반건설을 비롯한 일부 건설사들은 경우 과거 대규모 공공택지 확보 과정에 대한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직접적인 비용 발생 외에 평판 위험으로 인한 수주 경쟁력 및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 등이 경영 전반의 위험요인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주택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될 경우 현재 주로 시공능력평가 50위 밖의 건설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신용위험이 점차 상위 건설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월 말 기준 하향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고 있는 건설사는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벽산엔지니어, 일성건설 등이다. GS건설 역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우려되는 곳으로 꼽혔다. 홍 실장은 “최근 들어 상위 건설사 내에서도 분양실적 부진과 재무부담 증가 등으로 잠재적인 신용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 이에 해당하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이 저하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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