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원문 번역본은 보유 중···정보 '취합·가공' 이유로 비공개
영문 공개·국문 비공개에···청구인 “국민 알권리 보장과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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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문의 국문 ‘번역본’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법무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청구인은 “‘국민 알권리’를 위해 영문 판정문을 공개한 법무부가 국문 번역본을 비공개한 것은 논리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사건과 관련, 지난해 8월30일 선고된 판정문의 한글 ‘번역본’ 공개를 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지난 14일 ‘부존재’를 이유로 거부했다.

정보공개법상 ‘부존재’는 관련 정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전적 의미와 다르다.

정보공개법은 정보부존재의 발생원인을 총 4가지로 구분하는데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 ▲정보를 취합·가공해야 하는 경우 ▲기록물관리법 등의 보존연한 경과로 폐기된 경우 ▲정보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청구한 경우 등이 있다.

법무부는 이 사안에서 두 번째 발생원인인 ‘정보를 취합·가공해야 하는 경우’라며 부존재 답변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온전한 영문 원본에 대한 국문 번역본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판정문 ‘원본’의 공개를 구하는 관련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2022구합80916)에 ‘번역본’이 제출됐기 때문이다.

이 행정소송은 민변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가 “법무부가 선별적으로 비공개한 부분을 공개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사건이다. 재판부는 비공개 처리된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그 적법성을 판단하겠다며 법무부에 판정문 원본과 사본, 번역본 제출을 지휘한 바 있다.

결국 법무부는 100% 온전한 원본의 번역본이 있으면서도, 비공개한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삭제 작업(정보를 취합·가공해야 하는 경우)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번역본 비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변호사는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부 내용을 삭제한 영문 판정문 원본을 공개하면서도 정작 국문 번역본은 공개하지 않았다. 논리적 모순이다”며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게 정보공개법의 원칙이다. 일부 내용을 지워야 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해서는 안 된다. 정보공개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e는 법무부에 번역본 비공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동안 법무부는 업무 편의를 위해 판정문을 자체적으로 국문으로 번역했지만 오역 가능성 등을 이유로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알려졌다.

한편 법무부는 론스타 사건과 달리 엘리엇 ISDS 사건에서는 영문과 국문 번역본 동시 공개를 검토 중이라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또 불복 절차 등 판정에 대한 후속 조치 관련 브리핑을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다. 한동훈 장관이 직접 발표에 나선다. 이날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1300억원 배상 판정이 나온지 28일 만, 법정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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