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4000억원 규모 상생금융 지원방안 발표
우리·현대·롯데카드 이어 4번째
8개 카드사 중 4개 카드사 참여···나머지 카드사도 동참할 듯
카드업계 하반기 업황도 ‘먹구름’···“금융지원 부담 적지 않아”

주요 카드사 상생금융 지원방안./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주요 카드사 상생금융 지원방안./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업계 전반에 상생금융 지원안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현대·롯데·신한카드 등 카드사들이 앞다퉈 상생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건전성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지원 압박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 신한카드, 4000억원 규모 상생금융 동참···카드사 중 네 번째

1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신한카드의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행사에 참석해 카드사들의 소상공인 가맹점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이 원장은 “그간 카드사들이 카드 회원에 대한 혜택 제공 등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가맹점에 대한 지원은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솔루션을 구축하고 사업 단계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가맹점과 동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한카드는 소상공인의 창업·상권·매출·자금 종합 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금융 취약계층의 유동성 지원 및 채무부담 완화 목적으로 총 4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신한카드는 상생금융 종합지원 방안 일환으로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500억원의 금융대출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금리를 할인한 중금리대출을 확대 운영하고 20대 전용 대출상품 개발을 통해 타연령 대비 30% 할인된 대출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신한카드 차주 대상으로 연체 감면 지원을 확대하고 대환대출 최고 우대 이자율을 적용하는 등 취약차주 재무부담 완화에 15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 금감원發 상생금융, 카드업계 전반 확산···“부담 적지 않아”

감독 당국 수장의 방문 이후 카드사가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 29일 우리카드의 굿네이버스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해 카드업계의 상생금융 동참을 당부한 바 있다. 이에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영세 카드가맹점과 취약계층을 위한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뒤이어 현대카드도 지난 7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6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으며, 롯데카드도 31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카드업계의 상생 방안에는 ▲취약차주 채무정상화 프로그램 운영 ▲연체채권 감면 비율 확대 ▲저소득 고객 대상 대출금리 인하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의 절반인 4개 카드사가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업권에서는 나머지 카드사들도 조만간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원장은 카드사의 금융지원책에 대해 “카드업계 전반에 상생금융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우회적 압박이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 직접적으로 상생금융 참여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권 전반이 상생금융 지원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라며 “금융당국의 권고 이후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사들이 연이어 상생금융 지원안을 내놓으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카드사들의 건전성과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도 전망이 암울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카드사들의 카드 이용실적이 증가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면서 수익성에도 악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카드채 조달금리가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카드채 차환 과정에서 이자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며 대손 부담이 점증하는 점 또한 수익성 측면의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 규모는 38조원으로 전체 카드채 조달금액 76조원의 50%를 차지한다”며 “과거 대비 높아진 금리 수준, 비우호적 경기 등 감안 시 저신용 차주의 신용위험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금융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상생금융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금리 인상으로 호실적을 거둔 은행들과 달리 카드사들은 취약차주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순익이 하락하는 추세라 금융지원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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