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N, 테슬라보다 감성적인 측면에서 장점 보여
SDV도 중요하지만 현대차가 잘하는 부분도 잘 활용해야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테슬라가 저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높은 수익을 바탕으로 후발주자들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 시장에도 저가형 모델Y를 선보였다. 향후 4680 배터리 생산이 본격화된다면 가격 경쟁에선 현대자동차가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현대차의 무기였던 가격 경쟁력이 무뎌지는 셈이다. 

문제는 테슬라의 경쟁력이 단지 저렴한 가격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출시된 모델S 플레드의 최고속도는 322km/h에 이른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에 이르는 시간)은 2.1초에 불과하며, 주행거리도 474km나 된다. 제원만 따졌을 땐 차량 스펙에서도 테슬라가 앞선다. 

이번 아이오닉5 N은 이러한 난관 속에서 일종의 해답을 제시했다. 아이오닉5 N이 앞선 기아 EV6 GT보다 단지 빠른 차량으로만 소개됐다면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오닉5 N은 자동차만의 매력이 강조되며 차별점을 보였다. 외관 특징은 물론 아이오닉5 N에 들어간 감성적인 기능들에서 테슬라와 구분됐다. 

아이오닉5 N에 들어간 스포일러, 범퍼, 전용 타이어, 오렌지색 스트립 등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50년 넘게 자동차를 만들어온 만큼 자동차 만듦새에선 확실히 테슬라보다 앞섰다는 느낌을 줬다. 모든 모델이 다 비슷하게 보이고, 성능이 강조되는 테슬라와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기능 면에서도 아이오닉5 N의 경쟁력이 드러났다. 가상의 엔진 RPM, 변속감을 주는 N e-쉬프트에선 디테일이 돋보였다. RPM 바늘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에선 구체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 모습이 보였다.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에선 기존의 배기음 외 제트기 소리 등 다양한 옵션이 제공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기도 한다. 혁신을 통해 기존 업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자체 운영체제(OS)를 갖고 있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다만 감성적인 측면에선 애플만큼 시장 내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아직 올드카 등 옛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은 자동차 시장에선 50년 넘게 차량을 제작했던 현대차가 강점을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SDV(Software Deifined Vehicle)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미래 기술적인 측면만 너무 강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테슬라가 짜놓은 판에서 전면 경쟁은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아이오닉5 N처럼 감성적인 측면들을 살려 내세운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간의 제작 노하우와 감성을 잘 녹여낸다면 현대차만의 장점과 개성이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