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관 우선 배정 필요한 비상구 좌석 보유 항공 기종 제한적
실효성 의문이지만 시민의식 환기엔 의미 있단 평가

지난달 5월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비상구가 당시 비상개폐되며 파손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5월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비상구가 당시 비상개폐되며 파손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정부가 여객기 비상구 좌석을 경찰, 소방관, 군인에게 먼저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지난번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옆자리에 앉았던 한 30대 남성이 비상구를 열어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린 이후 방지책을 논의한 끝에 나온 결론인데요.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이슈 포인트를 뽑아 정리해봤습니다.

◆모든 항공기 및 항공사 해당되진 않아

이번 조치를 보고 ‘앞으로 비상구좌석은 못 타겠네’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해당 조치는 모든 비행기를 탈 때 해당되는 조치가 아닙니다. 이 조치에 해당하는 비상구 좌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앞으로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크고, 옆쪽으로 큰 문이 있고, 앞에 승무원이 마주보고 앉아있는 그런 좌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요. 승무원이 근처에 있을 공간이 없고 승객이 바로 앉은 자리에서 문을 열 수 있는, 중소형기에 있는 특수한 자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해당 좌석을 보유한 항공기에만 적용할 수 있는 조치고요. 모두 3개 기종(A321CEO, A320, B767) 비행기가 해당됩니다. 따라서 해당 기종이 아닌, 특히 해당 기종을 아예 운영하지 않는 항공사는 평소처럼 항공사 규정 따라 비상구좌석을 예약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경우 위 3개 기종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평소대로 좌석 예약을 하시면 된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허점 보이는 대책?

그렇다면 해당 조치가 과연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선 몇 가지 우려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경찰, 군인 등 중에선 이상행동을 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또 무엇보다 이들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거나 비상구를 앉지 않으면 결국 이전과 똑같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한 항공업계 인사는 “해당 기종 모든 비행기에 매번 경찰, 소방관, 군인이 탈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하겠느냐”고 전했습니다.

◆향후 고민할 문제는

다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시민들의 의식을 환기하는데 있어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상구 좌석은 원래 프리미엄 좌석 개념이 아니라, 위급상황 시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 배정하는 좌석”이라며 “소방관, 경찰, 승무원 등을 우선 배정하게 한 것은 이런 점에서 볼 때 상당히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이 같은 점을 감안해 꼭 소방관 등이 아니더라도 비상구 좌석을 앉게 할 사람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사람을 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놓으며 승무원 교육 및 비상문 개방 경고 홍보 강화 등을 내놨는데요.

출장으로 해당 기종 비행기를 자주 이용해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를 보고 놀랐다는 IT기업 직장인 김아무개 씨는 해당 조치들에 대해 “비상문 개방 경고 홍보를 알아들을 사람 같으면 애초에 그 문을 열 생각도 안 한다”며 “승무원이나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이것저것 하려고 할 게 아니라, 애초에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확실하게 그 좌석에 앉히지 않을 방안 자체를 정부가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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