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분야 AI 접목 에듀테크 진출 움직임···“교육품질 향상, 사교육 격차 해소 도움”
“공교육 시장선 수익성 어려운 구조”···“수업은 AI, 시험은 교육과정 구분 활용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인공지능이 우리 산업구조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가운데 보수적 분야로 꼽히는 교육도 에듀테크 기업들이 챗GPT 등 AI를 접목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학생들에게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에듀테크는 주로 사기업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최근엔 공교육 분야에서도 활성화 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 품질 향상과 사교육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기에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살롱드여의도에서 국회 유니콘팜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 교육시대,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역할’ 토론회에서는 비대면 영어 교육기업 링글, 코딩교육기업 엘리스, AI 수학 학습기업 프리윌린 등 에듀테크 스타트업 대표들과 교육 전문가,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에듀테크의 역할과 향후 발전 방향,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재원 엘리스 대표 발표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민간에서 기술력과 활용성을 인정받은 에듀테크가 공교육에 정착돼야 한단 의견이 나왔다. 에듀테크의 핵심인 수준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선 데이터 활용 제약을 완화해야 한단 주장이다. 김재원 엘리스 대표는 “교육격차 해소는 맞춤형 교육에서 시작되고, 결국 데이터 기반이 돼야 한다. 점차 공교육도 민간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지만, 전문가가 부족하고 사업 발주방식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교육계의 오랜 과제였던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데이터 기반, 전문가, 예산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 발표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현재 에듀테크 산업이 공교육 시장에선 수익성이 나기 어려운 구조란 고충도 있었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는 “최저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다보니 0원에 입찰된 사례도 있고 자사 콘텐츠도 30분의 1 가격에 입찰했다”며 공교육쪽 사업에 나선다고 하면 투자받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가 입찰방식에서 벗어나 선생님이 좋은 교육수단을 선택하는 주체로 자리매김 된다면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이 공교육에서 혁신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나왔다. 링글은 성인교육의 성공을 바탕으로 10대를 대상으로 한 링글틴즈 개발을 시작했으나 그간 외국인 강사의 경우 대졸 이상 학력을 요구하는 학원법 시행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성파 링글 공동대표 발표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이성파 링글 공동대표는 “법망을 피해 미국으로 본사 이전 권유도 있었지만 ‘세금은 우리나라에 내고 싶단’ 생각에 정부부처에 법령개정을 설득했다”며 “외국인 강사 자격 일부가 완화돼 올해 4분기부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디지털교과서 등 AI를 활용한 교육이 정부 주도로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어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기여할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봤다. 이용상 인하대 교육학과 교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맞춤형 교육이 인공지능 덕분에 가능해지는 시대”라며 “정부 주도 디지털 교과서 사업의 경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디지털 교육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연경남 한국과학창의재단 센터장 발표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연경남 한국과학창의재단 디지털인재양성센터장은 “수업과 (시험)출제를 구분해 수업은 AI맞춤형으로 출제는 교육과정 내에서 내도록 해 에듀테크 솔루션을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명확하게 진단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했다.

현장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청과 교사 위주의 교육서비스 공급구조에 민간을 활용한다면 불가능했던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격차가 가장 심한 분야가 영어, 수학, 디지털인데 오늘 해당분야 스타트업이 모였다.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공교육의 장을 열도록 열심히 조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원어민 강사 자격조건 완화 요구는 오프라인과 형평성 문제는 있지만 실시간 수업방식이 제대로 규제된다면 고민해볼 만한 문제”라며 “고용조건에 있어 외국인 강사를 국내 강사보다 엄격하게 다루는 부분도 외국 규제상황과 비교 검토해 봤으면 한다”고 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유니콘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플랫폼 기반 거래분야에 한정돼 있다”며 “AI 분야에서 유니콘이 나오려면 규제 개선 뿐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이란 가장 보수적인 곳에서 가장 진보적인 일을 하는 스타트업의 도전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