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 하반기 시범사업 준비작업 착수
중국동포 외 동남아인도 취업 문호 열려
영유아 가정 저비용 관심, 최저임금 변수
관련 제도 손질 필요성, 법개정 움직임도 
“내외국인 조화 이루는 돌봄시장 돼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영유아 가정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값싼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있단 경제적 측면에 더해 자녀의 외국어 교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단 기대감을 보인다. 다만, 최저임금 적용시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돼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는 가운데 국회에선 관련법 개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단순히 가격 측면에서 벗어나 외국인과 국내인이 조화를 이루는 돌봄시장 제도 정비가 필요하단 조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준비작업에 착수한다. 가사노동과 육아, 출산 부담을 낮추기 위한 출산율 제고 정책으로 내년부터 E-9(취업비자)의 가사서비스 인증기관 취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도입한다.

현재는 H-2(방문취업), F-4(재외동포) 비자 소지자만 가사 돌봄 분야 취업을 허용하고 있어 가사근로 시장이 중국 동포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가사노동 취업을 위해 국내 입국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시행한 뒤 현장수요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확대 여부와 보완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단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출산 후 베이비시터를 전일제로 고용하려면 월 350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하는데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이보다 저렴한 비용에 채용이 가능하다. 이에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을 둔 가정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울 송파구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주부 박 모 씨는 “가사도우미를 쓰면 집안 살림에 쓸 신경을 자녀 양육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관심은 있지만 비용을 감안했을 때 가정형편상 쓸 엄두를 내질 못했다”며 “가사도우미 비용이 낮아지면 충분히 쓸만할 것 같다. 애들이 좀 자라면 일자리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30대 여성 최 모씨는 “집안일이 편해지는 것도 좋은데 자녀 양육에 있어 가사도우미가 영어를 쓸 줄 아는 나라 사람이면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교육도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동남아 사람에 대한 거리감은 좀 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제정을 촉구하는 가사노동자들. / 사진=연합뉴스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제정을 촉구하는 가사노동자들. / 사진=연합뉴스

 

현재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주요 사례로 거론되는 곳은 홍콩과 싱가포르이다. 이들 국가에선 전일제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용이 한화 기준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정도 비용이라면 국내에서도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에서 전일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홍콩, 싱가포르처럼 저렴한 가격에 채용하긴 어렵다.

현재 홍콩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가사근로자에게 임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전일제 가사도우미 비용이 200만원을 넘게 된다.  

이에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적용을 받기 때문에 시범사업이 긍정적 변화에 물꼬를 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사도우미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채용된 직원일 경우 최저임금 적용을 받으나 고용인과 1대 1 계약을 맺어 가사근로를 하면 가사 사용인으로 분류돼 최저임금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관련 법률 개정 움직임도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3월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가사 사용인으로 보고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맞벌이 가정의 가사부담을 덜고 여성의 경력단절문제를 해결하잔 취지의 법안이다. 또 저출산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고, 외국인들이 같은 생활권에서 일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 의원 측은 봤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은 지난 5월하순에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이 됐고, 법안 소위에 회부 됐으나 아직 거기서 심사는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외국인가사도우미 논의 방향이 값싼 서비스에 쏠려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돌봄시장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내외국인이 조화를 이루는 노동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단 조언이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가사 외에 노인간병 등 돌봄시장은 폭넓게 개방돼야 하는데 고용관계, 근로자성 등 노동시장 정립이 제대로 안되다보니 서비스 질 담보 등 문제가 있다”며 “향후 수요 증가를 생각한다면 제도정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양질의 서비스에 더해 우리나라 중고령자들도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돌봄과 한국인 돌봄은 서비스 질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제도 정비를 통해 내국인 일자리 창출도 꾀하면서 내외국인이 조화를 이룰 시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힘든 분야들은 외국인이 맡고 정서적 유대가 필요한 부분 등 내국인이 효과적인 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정착시킬 수 있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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