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1개 캐피털사 고정이하여신 총 3.4조원···1년 새 49% 증가
기준금리 인상 및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
부동산 PF 대출 중심으로 부실 위험 확대

자산 기준 상위 10개 캐피털사 고정이하여신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산 기준 상위 10개 캐피털사 고정이하여신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캐피털사들의 고정이하여신규모가 3조원을 넘어섰다.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실 채권이 늘어나면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1개 할부금융·리스사의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3조420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979억원) 대비 48.8% 증가했다.

대형 캐피털사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 잔액이 201억원이었으나 1년 새 다섯 배 가까이 급증하며 올해 1분기 980억원을 기록했다. 산은캐피탈의 경우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 잔액이 594억원으로 전년 동기(177억원) 대비 236.0% 증가했다. 하나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 잔액도 같은 기간 523억원에서 1285억원으로 145.8%, KB캐피탈은 1842억원에서 4236억원으로 130.0% 증가하는 등 2배 이상의 증가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캐피털사들의 할부금융 상품 금리는 10%대로 크게 치솟은 바 있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캐피털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상환이 더뎌지면서 부실 채권이 증가했고 그 결과 고정이하여신 잔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캐피털사들은 부동산 시장 활황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20년과 2021년 당시 전통적으로 취급해 왔던 할부·리스 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자산을 빠르게 확대한 바 있다. 물적 담보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채권 회수가 가능한 할부·리스와 달리 부동산 PF 대출은 만기 일시 상환 비중이 높고 경기가 악화될 경우 자금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탓에 부실 위험이 높다. 결국 2021년 말 제로금리 시대가 종료됐고 2022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2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8.1% 증가했다. 은행·보험사·저축은행 등 여타 업권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 증가율이 6.2~1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은 증가율이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중소형 캐피털사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자산의 자금회수 지연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일부 캐피털사들의 경우 브릿지론에 대한 비중이 높은데 브릿지론은 대부분 만기가 1년 이내로 짧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브릿지론의 상당 부분이 부실채권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할부금융 금리가 꽤 높았던 것과 함께 일부 캐피털사들의 경우 브릿지론의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브릿지론의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향후 지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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