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종합건설업·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 진출 시행
시행 후 불법 하도급·규모 큰 종합건설업 수주 독식 심화
전문건설업 위기감 고조에 국회 내 대책 법안 속속 ‘발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건설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행된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상호시장 진출 제도가 불공정 경쟁을 가속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단 비판이 나온다. 올 연말엔 영세 전문건설사업자를 보호할 규정까지 사라질 예정이라 전문건설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연구용역에 들어간 가운데 국회에서도 업역 구분 명확화 등 전문건설업 보호를 위한 법안이 제출돼 향후 논의과정이 주목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건설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단 취지로 지난 2021년부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이로인해 상대적으로 규모와 자본력이 크고 업역이 넓은 종합건설업사업자는 전문공사 진출이 수월해진 반면, 기술인력과 자본금이 부족한 전문건설업사업자는 종합공사 입찰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단 분석이 나온다. 

특히 종합건설업은 중대형 건설사까지 소규모 전문공사에 참여하면서 불공정 경쟁이 가중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된다. 상호시장 진출로 직접시공이란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불법, 편법 하도급 체계를 양산하고 있단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 종합-전문 건설업 간 상대시장 진출 건설공사에 대한 불법 하도급 실태점검 결과 도급금액 20% 초과 하도급 등 불법 사례 173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처음 상호시장 진출할 때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전문건설업이 종합공사를 할 수 있고, 종합도 필요에 따라 전문공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며 “전문건설업은 세부 공정으로 나눠져 있기에 (종합건설업과) 시공할 수 있는 동등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세업체 보호를 위해 보호구간을 설정해 놓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미진하다보니 종합건설업에서 가져가는 공사가 훨씬 많다”며 “결과적으로 너무 심할 정도로 편향되게 수주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상호시장 진출 허용 이후 종합건설업이 전문건설업에 비해 교차수주액이 최소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한다. 상호시장 진출로 인한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개선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정부는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국회서도 전문건설업을 보호하는 취지의 대책 법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문건설사업자가 10억원 미만의 종합공사를 도급받을 경우 등록기준을 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올해 들어선 지난 5월 하순 같은당 허종식 의원이 원칙적으로 각 공사업에 업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가 해당 사업영역을 담당토록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허 의원실 관계자는 “발주자는 해당 건설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에게 도급해야 한단 취지의 법안”이라며 “영세 건설사업자를 살리기 위한 취지로 발의된 법안으로 현 제도로 인한 부작용의 보완입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안은 상호시장 진출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는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돼도 종합, 전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상호시장 발주가 가능하다”며 “상호진출 보장을 위해 전문공사 시공 자격을 보유한 건설사업자가 그 업종에 해당하는 전문공사로 구성된 종합공사를 도급받는 등 건산법 제16조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 업종을 등록하지 않은 건설사업자에게도 도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현행 건산법은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하면서 소규모 전문공사만을 수주하는 영세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한시적으로 두고 있다. 2023년까지 종합건설사업자가 2억원 미만 전문공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또 지난해 하위규정을 통해 2억원 이상 3억5000만원 미만 전문공사도 종합건설업자의 수주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전문건설업계는 이런 보호장치가 올 연말 종료되면 전문건설업계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단 우려를 내놓는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보호구간이 연말에 완전히 없어지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긴다”며 종합건설업의 수주 잠식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단 입장인 가운데 예상보다 분석 결과가 늦어지면서 정부의 연장 발표가 나오기 전 유예기간이 끝날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이달 초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3억5000만원 미만 소규모 전문공사에 대해 2026년말까지 종합건설업자가 수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건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는 올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해서 대안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때는 제도가 실효될 예정”이라며 “이 부분을 3년 더 연장해놓고 양 사업자들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해보잔 취지에서 법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두고 아직까지 여야간 큰 이견이 드러나진 않는다. 올해 발의된 법안들은 대표발의자가 모두 민주당 의원이지만 공동발의 명단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도 포함돼 있다. 다만, 논의에 속도를 내진 못하고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를 둘러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으로 건산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조속한 법안 논의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 관계자는 “업역 문제는 상임위 내 주요 관심사는 아니다”며 “다만, 연말까진 정기국회도 있고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아주 촉박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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