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1분기 만에 단기차입금 2배 이상 ‘급증’
단기조달비중 16.42%···카드사 중 가장 높아
“단기차입금 확대될 경우 장기적 유동성 관리에 불리”

카드업계 단기차입금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업계 단기차입금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들어 여전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카드사들의 단기차입 규모가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하나카드는 이런 흐름과 달리 단기차입금이 1분기 만에 2배 이상 급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8개 카드사의 단기차입금은 5조2463억원으로 지난해 말(5조7763)보다 9.2% 감소했다.

카드업계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까지만 해도 6조5559억원에 달하는 등 증가세를 나타낸 바 있다. 당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 시장 경색 영향으로 여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여전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카드사들의 단기차입금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삼성·KB국민·롯데·비씨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 대부분에서 지난해 말 대비 단기차입금이 일제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말 60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90% 감소했으며, 신한카드도 같은 기간 660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56.1% 줄었다.

반면 하나카드는 단기차입금 규모가 오히려 급증하면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단기차입금은 8050억원으로 지난해 말 3000억원에서 168.3% 급증했다. 한 분기 만에 단기차입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년 동기(3950억원)와 비교해도 103.8% 증가하는 등 올해 들어 단기차입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면서 하나카드의 단기조달비중 역시 지난해 1분기 12.09%에서 올해 1분기 16.42%로 4.33%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8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하나카드의 단기차입금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수익 기반 확대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확보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하나카드는 올해 들어 카드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가 하면 자동차 할부금융 영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하나카드는 올해 들어 ‘원더카드’, ‘카카오뱅크 하나카드’, ‘이디야 하나카드 프리덤’, ‘금쪽이 영하나 체크카드’, ‘트래블로그 신용카드’ 등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도 자산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지난 1분기 말 5044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4388억원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단기차입금 증가는 하나카드의 수익 기반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결정이었지만 문제는 단기차입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카드사의 유동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차입금은 금융기관 등 외부로부터 빌린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의미한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자금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유동성 관리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카드사들이 여전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된 이후 일제히 3년 이상의 장기물 발행에 서둘렀던 것도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하나카드는 유동성 관련 지표도 다른 카드사에 비해 낮은 상태라 단기차입금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카드의 원화 유동성비율은 344.4%로 지난해 말(346.3%)에서 2.1%포인트 하락했다. 여타 카드사들의 경우 해당 비율이 400%를 상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여전채나 기업어음(CP), 외부 차입 등으로 조달한다”며 “이 중 단기차입금의 경우 만기가 짧기 때문에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가 심화돼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