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대출 드러나고 있는데 “문제 없다” 강조
부실 PF 91곳 중 25곳은 대주단도 포기했지만 ‘66곳 정상화’ 강조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황을 보면 1997년이 생각난다.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었고 여름부터는 동남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이 한국에 불어닥칠 가능성에 대해 정부와 언론은 가능성이 낮다고 무시했다. 하지만 결국 1997년 11월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말부터 금융업계와 함께 부동산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7월 4일에는 2차 회의가 열렸다.

회의 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국내 부동산 PF에 대해 낙관적 전망이 가득하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말 기준 2.01%로 2022년 말(1.19%)보다 0.82%포인트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를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다. 3월말 기준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여신전문금융업권은 4.20%로 지난해말 대비 1.99%포인트 늘었고 저축은행은 4.07%로 2.02%포인트 증가했다.보험업권의 연체율은 0.66%로 0.06%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고 상호금융업권 연체율은 0.10%로 0.01%포인트 증가에 불과했다. 은행권은 연체 채권 상각조치 등으로 연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사는 15.88%로 작년 말(10.38%) 대비 5.5%포인트 급등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출 규모 자체가 5조원대 수준으로 다른 업권 대비 작다”며 “일부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비율이 빠르게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PF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이 자기자본(76조2000억원)의 1.1% 수준에 불과해 관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마을금고 PF 사업도 “담보비율(LTV)과 상환순위를 고려할 때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단 7월 4일에 3월말 기준 수치를 가지고 강조하는 행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부동산PF 연체율은 2020∼2021년 3% 선을 유지하다 지난해 말 10%대로 치솟았다. 불과 3개월 만에 5.50%포인트 늘어나면 당장 6월말 기준 수치가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최소 5월말 기준 자료라도 업데이트해야 하지 않나.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이 15.88%까지 치솟았는데 문제없다는 논리의 근거가 개별 증권사의 자기자본 자료가 아니고 전체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내세웠다는 점은 더욱 황당하다. 부동산 PF 부실은 개별 증권사가 갑작스러운 유동성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금융당국 논리대로라면 증권사가 서로 연대보증을 서고 있다는 말인가.

부실PF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이를 감추는 교묘한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대주단과 협약을 신청한 사업장이 지난 6월 말 기준 총 91곳이고 이 가운데 66개 사업장에 대해서 대주단이 자율협의회 소집 등을 통해 기한이익 부활, 신규 자금 지원, 이자유예 등 금융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근데 대주단이 무엇이고 왜 소집되는가. 부동산PF를 해준 금융기관들이 손실이 유력하니 특정 금융기관이 자신들만 원금 회수하는 것을 막고 서로 손실을 나눠 부담하자는 약속이 대주단 협약 아닌가. 반대로 말하자면 91개 사업장 가운데 25곳은 대주단이 보기에도 사업성이 낮아서 포기한 곳이라는 뜻이다.

앞서 4월말 당시 1차 부동산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는 30개 사업장이 신청했고 이 가운데 19곳에 대해서만 대주단 협약을 결정했었다. 두 달 만에 대주단 협약을 신청한 사업장이 61개 추가로 발생했고 대주단이 포기한 사업장이 11개에서 25개로 늘었다는 이야기다.

금융위원회 말대로 국내 부동산PF 시장이 큰 문제가 없다면 대주단 협약을 신청한 리스트와 대주단이 협약조차 포기한 사업장을 공개하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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