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외 사용·부정수급·회계절차 위반 등 부정지급 사례
서울시, 단속·환수 등 조치 외 제도적 보완책 마련 추진
통합지침 마련·위탁정산 의무 대상 확대 행안부와 논의
법률 개정 필요한 지방보조사업 일몰제는 논의 지지부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서울시가 민간단체의 보조금 부정수급 근절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속 강화와 환수 등 행정력 활용에 더해 제도적 보완책도 추진하고 있다. 부정수급을 관리할 통합지침을 마련하고 민간보조사업 위탁정산 의무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다만, 부적절한 사업을 중도 폐지하기 위해 필요성이 거론되는 지방보조사업 일몰제는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시민단체 등 민간단체가 민간보조나 위탁 형태로 시 사업을 독점해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정 단체 인사가 임기제공무원으로 채용돼 유관 단체를 지원하는 등의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과 제도 정비, 감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5년간(2018~2022년) 주요관리대상 비영리민간단체에 집행한 민간보조금은 2018년 2547억원에서 2022년 3069억원으로 연평균 5.1% 증가했다. 다만, 2020년 이후엔 지원횟수와 보조금 액수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적정집행 적발 건수 및 적발 금액은 2020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8년 3건, 2019년 4건에 불가했던 적발 건수는 2020년 50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고, 2021년엔 54건, 2022년 35건을 각각 기록했다. 적발 금액은 5년간 조사대상 민간보조금 7359억원 중 0.12%인 8.7억을 적발했다. 

이는 2020년부터 실제 부적정 집행 건수가 급증했다기보다는 오 시장 취임 이전 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사기간 자체는 2018~2022년까지였지만 2018~2019년은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아 세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있었다”며 “2021년 보조금법이 제정되면서 기준이 강화된 측면이 있는데 이 기준을 2018~2019년 사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적발 유형을 보면 전체의 61%가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대부분 내부직원 대상 인건비, 회의비, 강사비 지급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회계지침 및 절차위반은 34%로 지출 증빙 부실, 집행단가 초과 등의 유형이었다. 부정수급의 경우 적발 건수는 가장 적었으나, 금액상으로는 가장 컸다. 계약절차를 위반하거나 서류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형태였다. 

서울시는 후속 조치로 부적정하게 집행된 보조금을 환수하고 민간보조사업의 단계별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부정수급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우선 지방보조금 부정수급을 관리할 통합지침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부적정집행 점검이나 제재 등 기본사항은 지방보조금법에 명시돼 있으나 각종 정산이나 회계감사 세부기준은 법률이 아닌 시행규칙 등에 규정돼 있다. 

지방보조사업 일몰제 도입 필요성도 거론된다. 현행 보조금법은 중앙정부 보조사업의 존속기간을 3년 이내로 하고 실효성 및 재정지원 필요성이 인정돼야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방보조사업은 3년 주기 유지 필요성 평가만을 규정하고 있어 사업의 중도폐지가 사실상 어렵다.

민간보조사업 위탁정산 의무대상을 확대해야 한단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2021년 지방보조금법 제정 당시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정산 전문인력 부족 등을 감안해 외부 감사인이 민간보조사업 실적보고서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위탁정산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시 측은 “지방보조사업 현장에서 체계적 업무수행을 위해 부적정집행 관리에 관한 제반사항을 아우르는 통합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위탁정산 의무 대상을 현행 민간보조금 총액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민간보조금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거론되는 제도 보완책 중 지방보조사업 일몰제나, 위탁정산 의무대상 확대 등은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에 서울시와 정부, 국회 간 소통이 필수적인 사안이다. 일단 정부는 보완책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의견 수렴 단계에 들어갔으나 법안 정리까지 이뤄지진 못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보조금 부정수급 관리 통합지침 마련 같은 경우 행정안전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민간보조사업 위탁정산 의무대상을 확대하는 부분은 이미 국가보조금법에선 이미 기준금액을 1억원으로 낮춰 시행하고 있어 행안부가 지방보조금법 개정을 통해 대상을 낮추려고 의견조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지방보조사업 일몰제 관련해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데 시 차원에서 도입을 위해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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