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총 1033.7조원···역대 최고 규모
금융지원 종료 전부터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세
부실차주 가려내 채무조정 활성화 해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2020년 4월부터 3년 넘게 이어져 온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조치 중 원금 상환유예가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간 원리금 상환을 미뤄온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9월 말 이후부터는 정상 상환 계획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한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2022년 이후 분기별 자영업자 취약차주 대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총 103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60조700억원) 대비 7.6%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고 규모다.

자영업자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상승세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금융지원 조치 덕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2년 2분기까지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이었으나 3분기부터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올해 1분기에는 1.0%로 올라섰다.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들썩이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이는 금융지원 조치가 시작될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원리금 상환유예뿐만 아니라 이자 상환유예까지 3년 넘게 지속해 온 탓에 부실 대출을 가려낼 틈이 없었던 까닭이다.

이자 상환조차 할 수 없는 차주더라도 현재는 금융지원으로 인해 정상 차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들의 상환능력을 가려낼 방도가 없다. 금융지원 조치가 실질적으로는 부실 차주에게 시간만 벌어주면서 깜깜이 부실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사실상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차주가 원리금을 갚을 수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나름의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지원 조치로 인해 부실채권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뚜렷하게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금융사의 자체적인 대비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아직 시간 벌이 외에는 이렇다 할 부실 차주 선별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해결은 그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금융지원 종료로 초래될 금융권의 건전성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부실차주를 가려내 이들의 채무조정을 지원해 정상 상환을 유도해야 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금융지원 조치를 이용 중인 차주를 대상으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나 집행률은 저조하다. 지난달 말 누적 기준 채무조정 신청액은 4조62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내년까지의 채무조정 지원 목표 30조원의 15.4% 수준이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내놨을 당시 이미 금융지원 조치가 다섯 번째 재연장된 상태라 차주들이 금융활동상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새출발기금을 이용할 유인이 떨어지는 탓이다. 새출발기금을 이용하는 차주는 채무조정자가 되기 때문에 카드발급 제한 등의 금융활동 페널티가 발생한다. 부실차주들을 속히 가려내고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새출발기금 지원 문턱을 낮추는 등의 실효성 있는 추가 방안이 수반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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