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 경기 ‘상저하고’ 회복 전망···소비자심리·무역수지 등 근거
전문가들 대체로 경기회복 제한적 관측···“불황형 흑자, 금리 불안 여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 하반기 경제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정부 전망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 전망의 기저에 깔린 반도체, 대중국 수출, 미국의 긴축완화 모두 예상과 달리 흘러가고 있는 부분이 있단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반기 보단 경기가 나아지겠지만 그 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최근 낙관론의 근거로 제기되는 무역수지 또한 수출 증가가 아닌 수입 감소에 기인했단 점도 간과해선 안된단 지적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저성장 기조가 뚜렷했다. 수출과 내수시장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주요 경제 관련 기관에선 성장률 전망치도 속속 낮춰잡고 있다. 

다만, 정부는 올해 하반기 우리 경제가 이른바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의 경기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상반기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소비자심리가 반등하고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드는 등 개선 조짐이 나타나는 점을 근거로 든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개한 ‘6월 최근경제동향’에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전제로 경제정책을 마련한단 계획이다. 수출 및 투자 촉진, 내수 활성화 등 경제활력을 높이는데 매진하겠단 것이다. 

◇“반도체·중국 수출 연초 기대 못미쳐···상반기보단 낫겠지만 기대 이하”

그러나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 여건을 감안했을 때 정부 예상대로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두드러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수출이 힘을 내야 하는데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상황 모두 여의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정부가 전망하는) 상저하고의 전제는 반도체 경기와 대중국 수출의 회복,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다소 완화적 스탠스로 간단 점이기에 이 요인이 중요하다”며 “미국 정책 기조는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와 관계가 깊고 중국 경기가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일단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연초 바라봤던 경제 상황과 다르게 흘러가는 점을 주목해야 한단 설명이다. 하 교수는 “미국 금리 같은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예상보다 많이 다르게 가고 있다”며 “반도체나 중국 요인도 코로나19 이전과 패턴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중국의 한국 의존도가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상저하고 추세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하반기 경제 성적을 가를 가장 큰 요인은 수출이고 그 다음이 내수이다. 현 상황에서 하반기 내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기에 결국 수출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며 “연초 중국의 리오프닝과 코로나 국면이 안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상저하고를 예상했지만, 지금으로선 예상만큼 반등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더딘 성장률 회복과 미중갈등 여파로 대중국 관계 경색 등으로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단 나아지겠지만 기대만큼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중국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대한 단체관광을 허용하지 않는 부분은 우리 무역수지 개선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대외 여건도 리스크가 많단 지적이다. 하 교수는 “지금 유가가 안정돼 무역수지, 물가 등 여러 측면에서 어느정도 숨을 돌릴 상황이 됐지만,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부분이 있기에 연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아래쪽으로 가는 상황이다”며 “상반기에 비해서 조금 나아질 수 있지만 예상보다는 성장률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높일 가능성이 높고 유럽도 인상하는 상황이기에 하반기 세계 경기가 침체하면서 우리 수출이 줄어들 수 있는 요인이 있단 점도 하반기 경기를 아주 낙관적으로 예측하지 않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비해 성장 회복은 이뤄지겠지만 정상 궤도까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경제상황이) 당장 이자율을 인하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지금 무역수지를 보면 에너지, 곡물 가격이 다소 안정되면서 수입 감소로 무역수지 흑자가 난 것”며 “이런 차원에서 조금 나아진다는 것이지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 시장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 경기가 풀려 우리 시장이 확대되는 차원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 교수는 “경기가 회복 수준까진 아니겠지만 상반기에 비해선 좀 나아질 것”이라며 “무역수지가 개선됐단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수출 증가가 아닌 수입 감소 때문이다. 가계부채 악화로 경제를 억누르는 상황이라 (하반기 경제 상황이) 회복이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 회복 더뎌 현재 부진 지속”···“큰 흐름은 정부 예상대로 갈 것”

하반기도 뚜렷한 경기회복 없이 상반기와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 수출회복이 뚜렷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지표들이 개선될만한 부분이 현재는 존재하지 않기에 현재의 부진이 지속된다고 평가하는게 맞다”며 “수출 개선, 특히 반도체의 경우 일부에선 바닥론도 나오지만 현재까지는 크게 개선되는 느낌이 아니다. 현재 부진이 일단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경기 반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로 여겨지는 2%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성 교수는 “잠재성장률은 경기 상황에 따른 추정치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경제가 장기적,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부분”이라며 “현재는 잠재성장률로부터 괴리된 정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금리도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단 설명이다. 성 교수는 “금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미국과 금리 역전 문제가 계속 남아있기에 실질적으로 외환시장을 포함해 금융 불안문제로 계속되고 있다”며 “당장 위기가 나고 있진 않지만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경제 흐름이 정부가 예측하는 상저하고와 비슷하게 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지금 수출, 그중에서도 특히 반도체가 많이 안 좋다. 이 부분이 하반기에 얼마나 반등할 수 있을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반도체 외에 중국 경제도 부진하다. 서비스업 살아나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제조업 부분으로 확산되면 우리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DI가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반기 0.9%, 하반기 2.1%로 냈는데 이 측면에선 정부 전망과 비슷한 추세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다만, “금리가 지금보다 낮았더라면 경기가 더 빠르게 반등할 수 있었겠지만 물가 상승세 억제를 위해 고금리를 가져가고 있기에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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