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카드업계 車할부금융 자산 10.3조원
지난해 말보다 3000억원 이상 줄어
조달금리 급등으로 연초 車할부금융 금리 상승···소비자 수요 둔화

카드업계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업계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하며 증가세를 나타내던 카드업계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달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동차 할부금융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어려워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6개 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10조3724억원으로 직전 분기(10조6907억원) 대비 3184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카드업계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상향 곡선을 그리며 2021년 말 9조7664억원에서 지난해 3월 말 10조1769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1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이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말에는 10조7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자산 규모가 3000억원 이상 줄어들면서 감소세로 전환했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6개 카드사 중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를 제외한 4개 카드사에서 일제히 자산이 줄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의 감소율이 가장 컸다. 올해 1분기 삼성카드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5084억원으로 지난해 말(5594억원)보다 9.1% 줄었다. 뒤이어 우리카드도 지난해 말 1조1781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752억원으로 8.7% 감소했다.

올해 들어 카드업계 전반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이 줄어든 데에는 지난해 하반기 조달금리가 급등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잇따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사업 다각화를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 업권인 캐피털사보다 낮은 금리를 내거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 시장 경색 등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부터 카드사들의 조달금리가 치솟았고 금리 경쟁이 어려워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6.088%까지 오르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조달금리가 급등하면서 올해 초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리는 연 10%대에 달했다. 높아진 금리 탓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둔화됐고 이는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감소로 이어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채권 시장 경색으로 조달금리가 급등하면서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금리를 크게 올렸다”며 “최근 들어 금리가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1분기까지만 해도 할부금리가 8% 이상으로 높았던 탓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물가 상승이 계속 심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낮아진 상태”라며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가 올라가면서 내구재에 대한 구입 기회가 축소된 점도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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