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영업이익 더 증가할 수 있어···‘반값 충전’ 등으로 지배력 높일 수도
현대차·기아는 국내 판매용과 미국 수출용 별도 제작해야 해 불편함 커져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보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전기차 단점이 많이 개선되며 가격 대비 품질이 향상돼 미래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보급 대수가 약 1500만대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충전기 대수도 더욱 증가할 예정이다. 

전기차 운용에서 소비자가 가장 불편을 느끼는 충전기 이용과 관련된 문제다. 전기차 보급도 중요하지만, 실과 바늘의 관계인 충전기를 얼마나 보급하는지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이전부터 충전기 표준 설정 및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국내에선 약 3년 전부터 대기업을 위주로 충전기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충전기 사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지며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대기업의 경우 충분한 자본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충전 기술 및 인프라 확충에 지속 투자할 여력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충전기는 연결 방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일본 제작사 중심으로 활용되던 차데모 방식, 르노그룹 등 일부 제작사 중심의 AC 3상 방식, 미국 제작사와 BMW 등에서 활용하던 DC콤보 방식이다. 이 외 중국이 자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한 만큼, 세 가지 방식을 종합적으로 제품화하며 대응해왔다. 

충전방식이 다양한 이유는 전기에너지 등 환경 조건을 비롯해 회사마다 전기차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회사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각자에게 유리한 충전 타입을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기 수요가 급증하며 지역마다 다른 충전 타입으로 인해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른 충전기 이용이 늘며, 충전 타입 통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충전 타입 문제는 이전부터 예견된 문제였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의 경우도 충전 케이블 연결방식이 최근에서야 통일됐다. 다른 스마트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충전 타입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전기차 충전기는 세 가지 종류가 최근 3년 전부터 하나로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 제작사 중 다수가 정리되며 DC콤보 방식 중 타입1(CCS)이 통일화된 충전 규격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CCS 콤보1의 충전타입을 표준화 모델로 도입했다. 현재 국내 모든 충전기는 CCS 충전방식이 적용됐다. 테슬라 등 다른 충전 타입의 전기차는 연결 어댑터인 젠더를 별도로 개발·보급해 함께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 1위를 차지하며 혁신의 아이콘이 됐던 테슬라는 미국 제조사의 지원에 힘입어 독자적으로 사용하던 NACS 충전 규격을 표준 방식으로 통일화하려 하고 있다. 

GM과 포드 등은 아직 미국 내 급속충전기에 대한 투자가 테슬라에 비해 미비하다. 테슬라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을 늘려가는 동시에 급속충전기 수퍼차저 보급에도 힘써, 제조사 중 가장 많은 급속충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GM과 포드가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NACS 방식을 이용하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 스타트업 리비안도 가세해 테슬라 충전방식 표준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향후 스텔란티스까지 동참하면 이른바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빅3’인 GM, 포드, 스텔란티스가 테슬라 방식을 따르는 셈이다. 그동안 미국 내 가장 힘을 쓰던 CCS 방식이 단번에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 충전방식이 표준이 되면, 미국 시장에서 이와 다른 충전 타입을 사용하던 전기차 소유자는 젠더를 별도로 구입해 연결 사용해야 한다. 또 제조사는 테슬라 충전 타입으로 처음부터 제작해 판매해야 한다. 

NACS 방식의 장점은 어댑터와 케이블이 가볍고 작다는 것이다. 향후 CCS 방식과 차별화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통신방식의 통일과 1000V 고압식 승압 기술 개발은 물론, ‘플러그인 차지(PnC)’ 기능을 얼마나 빨리 구축해 소비자 편의를 도모할지가 관건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NACS가 미국 내 표준 방식이 될지, 이에 따른 영향은 무엇일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우리 또한 다양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테슬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는 물론 충전 타입까지 주도할 기회를 얻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자적 방식을 취하던 테슬라의 충전 규격이 표준이 될 경우, 전기차를 비롯해 충전기 영역에서 목소리를 높일 기반이 조성된다. 

둘째로 테슬라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25%의 수익을 내는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이를 무기로 전기차 가격을 크게 낮추며 ‘반값 전기차’ 구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충전기 활용까지 늘어날 경우 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테슬라의 독주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값 전기차는 물론 ‘반값 충전기’가 나올 수도 있다. 다른 기업에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무료 충전 등 다양한 무기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는 테슬라의 불편함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퍼차저 관리와 알고리즘 관리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NACS 표준화에 따라 테슬라 충전방식을 도입하는 제작사가 늘어나면 충전기와 연동성을 고려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제공 등 다양한 관리가 요구될 수 있다. 각종 단점을 얼마나 빨리 구현하는 가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넷째는 글로벌 제조사 모두가 테슬라 충전방식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이미 국가적으로 CCS 콤보1이 표준화된 경우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국내 테슬라 차주들은 별도의 연결 어댑터를 이용해 충전해야 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는 충전방식을 바꿔 생산·판매해야 한다. 중국 수출용 차량은 중국 충전방식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수출용까지 따로 제작해야 한다면 불편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 충전방식의 표준화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그다지 좋은 사안은 아니다. 이미 반값 전기차 등으로 테슬라의 영향력이 강력한 가운데 충전기 시장 내 지배력까지 커진다면 현대차와 기아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아직 시작 단계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변화를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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