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등 대응해 임직원 PC 등 교체한 혐의
1심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고의 인정 어려워”
고발인 “공정위 조사 방해는 곧 형사사건 증거인멸”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직권조사를 앞두고 직원 PC 등을 교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직원들. /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직권조사를 앞두고 직원 PC 등을 교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직원들. /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6일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박병곤 판사)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들이 타인의 형사사건인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위반 및 파견법위반 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도록 교사하거나 증거인멸을 실행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김아무개 상무 등 3명은 2017~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직권조사와 노동부의 파견법 위반 수사에 대비해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거나 가상 데스크탑 VID에 저장된 자료 등을 삭제하도록 지시·실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은 지난 20일 이들의 행위가 공정위 조사 등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단 배경으로 ▲피고인들의 각 행위 무렵까지 공정위가 조사대상을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던 점 ▲각 행위와 공정위의 고발 사이에 긴 시간 간격이 존재하는 점 ▲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공정위가 회사를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 피고인들의 주된 관심사가 공정위 조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각 행위 당시 이 사건 고발수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언급했다.

이 사건을 고발한 참여연대와 현대·삼성·대우 조선3사 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는 검찰에 항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2년 이후 조선업계 불황이 계속되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초대형 조선회사들이 저가·과다수주로 인한 손실을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갑질’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공정위는 준수사·사법기관으로서 하도급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사항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고, 공정위 조사 자료는 하도급법 위반 형사사건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곧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공정위의 조사에 대한 증거인멸 행위가 무죄로 종결된다면 향후 유사한 사건 발생 시 갑질 행위자들은 언제든지 증거를 인멸할 동기를 갖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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