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치며 국내 바이오 소부장 자립 필요성 대두···관련 기업 '속속'
세포분석 공정 자동화 기업 큐리옥스, 내달 기술성 특례 코스닥 상장 계획
마이크로디지탈, 일회용 백 셀트리온에 공급, 국산화 협력···배양육 계획도
아미코젠, 국내 최초 레진·배지 대량 생산 계획···"올해 말 공장 완공 예정"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국내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국내 소부장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 원·부자재, 장비, 소재 및 생산시스템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원료의약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수급 안정성 문제가 제기됐고, 소부장 국산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와 함께 국내 소부장 업체도 자리를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소부장 업체인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큐리옥스)가 내달 상장에 나선다. 큐리옥스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술성 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큐리옥스는 최대 224억 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큐리옥스는 2018년 설립된 세포분석 공정 자동화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비원심분리 기반 세포분석 공정 자동화와 상용화를 이뤄냈다. 신약 개발 시 세포 실험이나 세포치료제 생산을 하려면 반드시 세포 전처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세포 전처리란 투명한 세포에 색소를 입혀 어떤 단백질이 붙었는지 등을 구별이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기존 세포 전처리 과정에서는 원심분리기를 사용했다. 원심분리기 사용 시 세포층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세포가 충격을 입고 변형될 가능성이 있었다. 실무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큐리옥스는 이런 수작업에 의존한 원심분리 기술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초로 비원심분리 기반 세포분석 공정 자동·상용화에 성공했다. 큐리옥스가 개발한 자동화 기계인 ‘라미나 워시’는 세포 세척 단계와 전처리 등에 쓰인다. 층류(라미나 플로우) 기반 미세 유체공학 기술을 활용해 세포손실 및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빅파마도 큐리옥스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큐리옥스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GSK 등 글로벌 상위 20개 바이오 회사 가운데 18개 기업에 장비를 공급 중이다. 나아가 글로벌 세포치료제, CRO(임상대행업체) 선도업체 등 전 세계 300여 곳과 거래관계를 맺고 세포분석 공정 자동화 시장을 창출하는 중이라는 게 큐리옥스 측 설명이다. 실제 큐리옥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95%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리옥스는 이번 코스닥 상장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 시장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서 나이스디앤비로부터 A, 한국발명진흥회로부터 BBB를 획득하며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공모자금은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설비 확충과 신제품 다변화 및 글로벌 영업강화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세포 배양 기기와 배양육 국산화에 나선 마이크로디지탈도 있다. 마이크로디지탈은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와 일회용 세포배양백 상용화에 성공했다. 바이오리액터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세포를 배양하는 장비를 말한다. 일회용 백은 세포 및 배지 등의 저장, 샘플 채취, 믹싱 등 광범위한 범위에 쓰인다. 

바이오리액터와 일회용 백은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바이오 소부장 산업 대표 제품이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 및 유럽 등 해외 소수 기업에 의존해왔다. 관련 시장을 미국의 싸이티바와 써모피셔, 독일의 싸토리우스 등이 거의 독점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디지탈이 국산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최근엔 셀트리온과 일회용 백 국산화 협력에 나섰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셀트리온에 일회용 백인 ‘더 백(THEBAG)’의 공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회용 백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며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된 바 있다. 양사는 이번 공급을 시작으로 다양한 종류의 일회용 백 국산화를 위한 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배양육도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은 배양육 전문기업 씨위드와 ‘배양육 세포 대량생산 공정 개발 계약’을 지난 2월 체결했다. 배양육과 같은 대체육 원료는 소부장 미래선도품목으로 꼽힌다. 배양육은 배양액, 근줄기 세포 추출 및 배양 기술, 식용가능 3차원 세포배양 고분자 지지체 그리고 대량 생산 기술이 균형 있게 조합되어야 하는 기술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최근 배양육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육류 공급 불안정 등으로 육류 가격이 급등하고, 최근 인수공통전염병의 잇따른 발병으로 육류 소비에 대한 식량난과 식량안보가 중요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8년 96억2000만 달러(약 11조6000억 원)이며 2019년부터 연평균 9.5%씩 성장해 2025년 178억5860달러(약 2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의 국산 배양육 기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아미코젠은 국내 최초로 레진과 배지 대량 생산에 나선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 등의 원료에서 단백질만 추려내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때 사용되는 게 정제 원료인 레진이다. 세포 배양 배지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다. 현재 배지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한다. 아미코젠은 올 하반기 여수 레진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2024년부터는 안정적인 레진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배지 공장도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아미코젠은 레진·배지 등 바이오의약품 소재를 핵심 사업으로 삼을 계획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소부장 업계는 전체적으로 산업이 영세한 편”이라며 “기업의 R&D 및 시설 투자 그리고 인력 유치 및 유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자급 생산 품목에 대해 세제혜택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줘야한다”라며 “아울러 손익분기점을 넘고 자리잡을 때까지 (정부 차원의)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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