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NCC 2공장 인력, 이차전지 분야로 이동
에틸렌 마진↓·공급과잉에 시장 회복 ‘하세월’

LG화학 전남 여수 NCC 제2공장. /사진=LG
LG화학 전남 여수 NCC 제2공장. / 사진=LG화학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장기화되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국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해당 사업 비중을 줄이는 등 재편 과정에 나서는 곳들이 보이고 있다. 핵심 생산시설인 나프타분해설비(NCC)의 가동을 중단하고, 관련 인력을 다른 사업부문으로 재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다.

28일 LG화학에 따르면 전남 여수 NCC 제2공장에서 근무 중인 인력을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라인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석유화학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는 에틸렌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마진’이다. 시장에선 톤(t)당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그러나 현재 에틸렌 마진은 170~180달러 수준이다.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가 계속 커지는 셈이다.

이로 인해 NCC 가동중지와 해당 인력 재배치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여수 NCC 2공장은 2조6000억원을 투입해 2021년 증설을 완료한 최신 설비다. LG화학은 올해 4월부터 시작한 정기보수를 최근 완료했지만 2공장을 돌리지 않고 있다. 낮은 시장 수요에 1공장만으로도 주문량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회사 측 판단에서다.

LG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침체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 공급과잉 이슈가 겹치며 시황이 회복될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며 “여수 NCC 2공장은 장기간 가동을 중지하고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 LG화학은 NCC 2공장을 매각하거나 처분하겠다는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경쟁력 없는 한계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NCC 2공장을 처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회사 측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LG화학의 연간 석유제품 생산능력은 210만t이다. 이 중 NCC 2공장은 90만t이다. 2공장을 매각하면 생산능력이 40% 줄어들어 사실상 LG화학의 사업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NCC를 처분하려고 해도 불황이 장기화되는 현재 상황에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LG화학 입장에서도 가동중단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은 향후 수요회복이 있을 때를 대비한 결정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LG화학이 시작한 석유화학 구조조정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은 2019년 966만t에서 올해 1266만t으로 31% 늘어날 전망”이라며 “그러나 생산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수출처가 마땅하지 않아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 증가도 국내 기업에 ‘골치’다. 2019년 2711만t이던 중국 생산량은 올해 5174만t으로 약 2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의 생산량도 크게 증가하면서 공급과잉 해소를 통한 수요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확실시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이차전지,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등에 집중하고 있어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시장회복까지 최대한 고정비 감소 등으로 실적 방어에 힘을 쓰는 모습”이라며 “석화 부문에 지속성장을 위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만큼 사업비중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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