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성장에 HBM 제품 주목···연 45% 성장 전망도
종합반도체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공정 장비주도 수혜 가능성
“이미 많이 올라 리스크 높아졌고 옥석 가려야”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AI(인공지능) 산업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AI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반도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관련주가 수혜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을 비롯해 후공정 관련 장비주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AI가 살린 반도체 투심···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HBM’

2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긴 하락 이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29%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50%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반도체 업황 악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탓에 각각 30.4%, 42% 하락했었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반등 배경 중 하나로 AI용 반도체 수요확대 기대감이 깔려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엔비디아 측은 AI용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 호실적의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이 영향에 반도체 업황 바닥론에 힘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수요와 관련해 AI의 영향력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학습과 추론용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해 그래픽 D램이 니치(틈새) 제품에서 대중적인 제품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당초 시장의 예상(올해 3분기) 대비 빠르게 2분기가 업황 변곡점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원인으로 AI 반도체와 같은 하이엔드 제품의 수요 확대를 꼽았다.

특히 업계에서는 AI반도체와 관련해 ‘HBM’을 핵심 키워드로 분류하는 모습이다. HBM은 다수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다. 고용량 데이터를 단기간에 처리해야 하는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가속 컴퓨팅을 위해 CPU(중앙처리장치)에도 채택이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국내 종합반도체 기업들은 HBM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유일하게 4세대인 HBM3를 양산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HBM3 24GB 패키지를 개발하고 AMD 등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12단 24GB HBM3 제품을 하반기 중 양산할 계획이며 차세대 HBM3P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 증권가서 꼽은 수혜주는?···주가 선반영에 투자 유의해야 목소리도

증권가에서는 우선 HBM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수혜주로 꼽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D램 매출에서 HBM3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올해 6%에서 내년에 18%까지 높아지게 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증권사 목표주가도 줄줄이 상향되고 있는 상황으로, 삼성전자는 최대 9만5000원, SK하이닉스는 15만원까지 제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는 각각 7만2600원, 11만3000원이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주 역시 HBM 시장 확대 수혜주로 꼽힌다. HBM은 적층 공정이 중요한데 종합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NDR(기업설명회)에서 TSV(실리콘관통전극) 공정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TSV는 D램 상층과 하층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전극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적층을 위한 공정이다.

NH투자증권과 흥국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이와 관련 한미반도체를 수혜주로 꼽았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칩을 서로 붙여주는 장비(TSV/TC Bonder)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 HBM 시장 확대에 관련 장비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며 지난 12일 3만2000원의 상향된 목표가를 제시했다. 당시 한미반도체 주가는 2만6600원이었다.

이밖에 반도체 접합에 쓰이는 리플로우(Reflow) 장비 회사인 피에스케이홀딩스, 에스티아이, 레이저쎌 등이 생산하는 장비가 HBM 공정에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주로 분류된다. 또 퀀트케이 리서치에 따르면 TSV 공정 분진세정 장비를 만드는 제우스, 반도체 계측 및 패키지 검사장비 업체 오로스테크놀로지 등도 관련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이미 반도체주의 주가가 많이 올랐고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주들이 이미 많이 오른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장비주의 경우 다양한 경쟁업체들이 있는 만큼 실질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할 필요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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