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내년 상반기 주택매입 의사, 2년 만에 최고치 기록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전세 거래비중을 넘어선지 1년 만에 거래비중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선호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다달이 버려지는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그동안 전세를 선호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수개월째 계속되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영향도 있지만, 내집마련을 위해 예비비 차원에서 보증금이 적게 드는 월세를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4만778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세 거래 8만349건 가운데 59.4%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고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월세가 전세 비중을 넘어선 지 1년여 만에 월세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월세 선호 현상은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해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월세 거래는 14만9424건으로 지난달 전월세 거래 25만7141건 가운데 58.1%의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4월 월세 비중이 52.8%였던 점에 견주어보면 한 달 사이 5.3%포인트나 늘었다.

일각에서는 월세 비중이 단기간에 이렇게 빨리, 많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생한 금리인상과 역전세난 우려를 꼽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올해 초에는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최고 6∼7%에 달했지만 전월세 전환율은 3∼4% 선으로 이보다 낮다보니 월세를 택한 것이다. 또한 역전세난 심화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보증금을 적게 내고 월세를 내는 게 낫다는 게 수요자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일선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수요자들이 자금을 주택에 태우는데 위축된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최근 한달여 기간 동안은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타자 주택 매수를 염두에 둔 이들이 전세 대신 보증금 규모가 적은 월세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서울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계약을 할 때 계약금으로 활용할 예비비를 남겨두는 차원에서 보증금이 적은 월세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4% 오르며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도 지난주 0.03% 보다 소폭 커졌다.

실제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매매를 계획하는 매입의사 비중도 상당히 높아졌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직방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주택 매입·매도 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1056명 대상으로 설문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7%가 집을 살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말 실시한 동일 설문조사 대비 8.5% 포인트 높아진 수치이며 주택 매입의사는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밖에 지난해 급등하던 금리가 조정기를 거쳐 소폭 인하됐지만 금리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도 월세 거래 증가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올 초 대비 내렸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대출 이자가 부담되긴 마찬가지”라며 “전세 비선호 현상이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위주의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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