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영향, 비중국산 수요 증가로 소재 국산화 필요성 대두
엘앤에프, 국내 음극재·전구체·수산화리튬 생산라인 구축 계획
포스코퓨처엠·LG화학·에코프로도 벨류체인 내재화 추진

23일 엘앤에프가 미쯔비시케미컬과 차세대 음극재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엘앤에프
23일 엘앤에프가 미쯔비시케미컬과 차세대 음극재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 사진=엘앤에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배터리 소재업계가 ‘원료 정제·제련-전구체-양극재’에 이르는 벨류체인 구축과 더불어 음극재 생산까지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 니켈 등 핵심광물과 전구체·음극제 소재까지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공급망 강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양극재 제조업체 엘앤에프는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그룹과 손잡고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원천 기술력을 보유한 미쓰비시케미컬과 국내에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협력 방식은 차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엘앤에프는 이번 음극재 사업 진출을 통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회사가 됐다. 음극재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로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음극재 내재화와 함께 ‘리튬-전구체-양극재’에 이르는 벨류체인 내재화도 추진한다. 엘앤에프는 LS와 합작회사(JV)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가칭)을 설립하고 전구체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사는 연내 전북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착공하고 이르면 2025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수산화 리튬 생산에도 나선다. 엘앤에프는 지난 3월 중국 시노리튬머티리얼즈와 대구에 합작사를 세우고 수만톤 규모 리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수산화 리튬 생산과 관련해선 중국 시노리튬머티리얼즈와 아직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전구체와 음극재 국내 양산 시점이 더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벨류체인 내재화 현황.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양극재 생산에 주력하던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소재 내재화에 나선 모양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비중국산 배터리 소재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시장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엘앤에프를 포함해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비엠 등 양극재 업체는 올해 들어 중국 수입 의존도 90%에 달하는 전구체를 중심으로 국내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자체 생산하는 포스코그룹은 최근 니켈 정제와 전구체 생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원재료-전구체-양극재’에 이르는 전 벨류체인 내재화를 달성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1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함께 중국 CNGR과 니켈·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CNGR과 6대 4 지분으로 니켈 정제법인을 세우고 황산니켈을 생산한다. 여기서 나온 황산니켈을 활용해 포스코퓨처엠과 CNGR이 2대 8 지분으로 만든 법인에서 전구체를 생산한다. 

LG화학은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함께 내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2만t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전구체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새만금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인 오는 2028년 LG화학의 전구체 양산능력은 연산 12만t에 이를 전망이다. 

음극재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LG화학은 100% 실리콘으로 구성된 ‘퓨어 실리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밖에도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등 신소재 내재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에코프로그룹은 2027년까지 2조원 이상 추가 투자해 원료, 전구체, 양극재 등을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한다. 에코프로는 SK온과 함께 중국 거린메이와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를 설립하기로 했다. 3사는 새만금에 연산 5만t 수준의 전구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에코프로의 전구체 생산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 전구체 생산시설과 니켈 등 RMP(원재료 추출 시설)를 보유하고 있다. RMP란 전구체 생산 공정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을 추출하는 시설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최근 포항 RMP 제2 공장을 준공을 통해 연산 기준 니켈 1만5000t, 코발트 2400t, 망간 2400t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배터리 소재업계는 벨류체인 내재화를 통해 비중국산 수요에 대응함과 동시에 수익성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벨류체인 통합은 제품 품질관리와 원가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며 “향후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면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용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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