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산 전구체 수입량 95.3%···국산화 시급
새만금 사업지구, 전구체 특화단지로 변신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전기차 시대의 개막으로 국내 이차전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경우 중국에서의 수입이 95% 수준에 달해 의존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탈(脫)중국화가 한국 배터리 산업이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목표다. 이를 위해 SK와 LG, LS 등은 중국산 전구체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관련 설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용량·출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주원료다. 양극재가 되기 전의 물질로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의 원료가 섞인 화합물이다. 이 물질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완성된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 원가의 약 40%을 차지하며,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한다. 다양한 배터리 원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소재로 분류되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구체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 전구체 중 중국산 비중은 95.3%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90.6%, 93.7%를 기록했다. 사실상 중국산 전구체로 국내에서 양극재가 생산되는 셈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산 전구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원가절감을 위해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전구체를 계속 수입해 양극재 생산에 투입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 발효로 전구체 등 중국산 원자재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만큼, 하루 빨리 국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시점”이라며 “원가절감을 추구해 온 국내 기업들이 IRA를 기점으로 전구체 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어 추가 투자 등으로 완공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IRA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생산된 원료로 제작된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올해는 이러한 원료가 배터리에 40% 이상 투입돼야 하며, 매년 10%씩 비율을 늘려 2027년에는 80%까지 확대 적용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터리 기업들은 국내나 미국 등에 전구체 생산거점을 마련해야 한다.
SK와 LG, LS 등은 전구체 탈중국화를 위해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전북 새만금 사업지구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새만금 단지가 배터리 특화단지로 거듭난 만큼, 이 곳에서 국산 전구체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각오다.
SK온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중국 GEM(거린메이)과 3자 합작법인을 세워 전북 새만금 사업지구에 연산 5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투자 금액은 최대 1조2100억원이다.
LG화학 역시 새만금에 2028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 생산거점을 마련한다. LS는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와 함께 1조원을 투입해 2025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LS 관계자는 “미국 IRA와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에 대응하고 국가전략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구체 국산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며 “우리나라의 배터리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