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로보틱스 400억 BW 발행 공시 이후 28% 올라
AMR 시장 확대 수혜 기대감 반영된 것으로 풀이
AMR, 업종 내 성장 가시성 높게 평가···옥석 가려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로봇 테마가 시장에서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AMR(Autonomous Mobile Robot·자율주행 로봇) 관련주들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주목된다. 주식 가치 희석 탓에 통상 주가에 부정적인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이슈가 있는 종목도 급등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로봇 중에서도 실제 산업 적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투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로봇 제조사 티로보틱스, BW 발행에도 주가 급등

23일 코스닥 시장에서 로봇 제조업체 티로보틱스는 전날 대비 11.29% 오른 2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티로보틱스는 이날 1.33% 오른 1만9030원에 시작해 장중 15.81%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날 13.54% 급등한데 이어 2거래일 연속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로써 티로보틱스는 올 들어서만 3배가 넘는 주가 상승폭을 기록하게 됐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티로보틱스의 급등세는 BW 발행 공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BW는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부여한 채권으로, 향후 유통 주식 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식 가치 희석 요인이 된다. 이에 일반적으로 BW 발행 이슈가 발생하면 악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티보로틱스의 경우 되레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앞선 지난 21일 티로보틱스는 40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공시했다.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발행되는 주식 수는 238만6350주로 주식 총수 대비 13.13% 수준이다. 행사가액은 1만6762원이며 내년 6월 23일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상장될 주식 수가 많고 현재 주가 대비 행사가액이 높지 않다는 측면에서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었던 셈이다.

티로보틱스의 이 같은 주가 급등 배경 중 하나로 AMR 사업의 성장 기대감이 꼽히고 있다. AMR은 사람이 직접 감독하지 않고 스스로 환경을 이해하고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을 뜻한다. 장애물을 감지해 피해서 갈 수 있고 환경 내에서 학습하는 능력이 있어 적응력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티로보틱스는 지난 4월 SK ON으로부터 2차전지 생산 공정 물류 자동화에 필요한 AMR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당시 하나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국내 최초로 2차전지 스마트팩토리에 AMR 수주를 성공했기 때문에 매우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티로보틱스가 BW로 확보한 자금 역시 이 같은 사업 경쟁력 강화에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 AMR 시장 성장 기대감↑···옥석 가려야 목소리도

티로보틱스의 주가 급등은 그만큼 AMR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AMR은 다양한 로봇 분야 중에서도 실제 산업 적용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조사업체 넥스트무브스트래티지 컨설팅은 지난해 초 글로벌 AMR 시장 규모는 2021년 16억1000만달러(2조1000억원)에서 2030년 221억5000만달러(2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로봇과 AI(인공지능) 기술이 최근 급격히 발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확대 속도는 더욱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AMR 관련주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및 2차전지 검사장비 제조사인 브이원텍은 AMR 사업 기대감에 올 들어 122% 넘게 상승했다. 브이원텍은 2021년 인수한 자회사 시스콘을 통해 AM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시스콘은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 삼성SDS 등 글로벌 기업 레퍼런스가 존재한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전문기업인 티라유텍도 자회사 티라로보틱스를 통해 AMR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으며 올 들어서 151% 상승했다. 이밖에 유진로봇은 커스텀 AMR서비스 상용화에 나서고 있고 로봇 대표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도 내년 상반기 AMR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종목 역시 올 들어 각각 60%, 180% 상승했다.

다만 아직 시장 개화 단계인 만큼 옥석가리기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AMR은 산업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로봇”이라면서도 “AMR 사업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많아 경쟁 구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장 확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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