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온상’ 비난 받는 KT, 실적 경쟁 분위기도 읽혀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800만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하반기 신고를 받거나 적발한 스팸 문자 발송량이다. 전년 동기(634만4494건) 대비 26%(164만3515건) 늘어난 규모다.

이 중 85.9%(685만9133건)는 국내에서 발송됐는데, 사업자별로 보면 통신사 KT가 차지하는 비중은 32.9%(225만6581건)로 가장 높다. 특히 전년 동기(178만4730건) 대비 26.4%(47만1851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KT가 불법 스팸 문자의 ‘온상’으로 전락했단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최소 건당 80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어 KT가 스팸 문자 발송을 방치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 메시징업계에 따르면 KT는 불법 스팸 문자 발송건수를 늘리기 위한 ‘지사 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업자에 따르면 A 지사에서 B 지사의 스팸 물량을 가져오기 위해 리베이트 차원의 지원금 지원도 있다고 한다. KT 전체가 확보하는 총량은 같지만, 지사 간 실적 경쟁 탓에 회사의 재원만 낭비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이처럼 불법 스팸 문자를 단순 ‘실적’으로만 여기는 내부 분위기 탓에 KT의 스팸 문자 발송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KT와 같은 대형 사업자들이 나서서 스팸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정부가 불법 스팸 문자 근절을 위해 최근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0일 ‘불법 스팸 대응을 위한 제도개선 연구반’ 킥오프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다.

참석자 중 일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지만, 정부가 불법 스팸을 근절하기 위해 활동에 나섰단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정부의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자들의 의지다. 단기적인 실적과 이익에만 눈이 멀어 소비자 피해는 등한시하는 모습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의 경우 5G 투자엔 소홀하고 고가의 요금제로 이익만 거두고 있단 비난도 받고 있는 만큼, 불법 스팸의 ‘주범’이란 오명까지 떠안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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