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비 3.3㎡당 1000만원 시대 앞둬
“분양가 상승 불가피···소비자 부담 갈수록 커질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예비 청약자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원자잿값이나 인건비 등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아파트 공사비는 3.3㎡당 1000만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3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분양가에서 공사비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원자잿값·인건비 급등에 공사비 인상 가팔라···내년 ‘제로에너지 건축’으로 추가 인상 예고

22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4월 150.26으로 집계됐다. 동월 기준 2020년 117.93, 2021년 128.65, 2022년 145.85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오름세다. 해당 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된 재료, 인건비, 장비 등을 포함하며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다.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사비도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아파트 공사비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서울 기준 아파트 공사비는 원자잿값이 뛰기 전인 3~4년 전만 해도 3.3㎡당 400만~5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700만~800원대로 뛰었다. 규모가 작은 사업지에선 1000만원을 육박하는 곳도 등장했다. 부산 재개발 사업지인 부산진구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에선 시공사인 GS건설이 조합에 3.3㎡ 공사비로 987만원을 제시했다. 2015년 가계약 때 공사비(549만5000원)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공사비가 치솟자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격화하거나 건설사가 아예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촉진2-1구역의 경우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17일 GS건설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경기 양주시 삼숭지구 주택사업 조합은 지난달 현대건설이 3.3㎡당 공사비를 기존 507만원에서 643만원으로 증액하자 500만원대를 제시한 쌍용건설로 시공사를 교체하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지난 20일 경기 과천 주공10단지 재건축 수주를 포기했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를 맞추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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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내년 아파트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인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되면서 공사비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새로 신청하는 30가구 이상 모든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는 정부가 2021년 말 선언한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른 조치다. 민간 아파트의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려면 자재들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업계에선 기존보다 공사비가 최대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분양가 3100만원 돌파···“오름세 지속될 수도”

문제는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주택사업에서 건축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수준에 달한다. 입지와 사업성이 좋은 사업지는 일반 분양을 통해 조합원 분담금을 줄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분담금이 불어난다. 결국 조합원이나 일반 분양 수분양자들이 공사비 증액분을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분양가는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06만6200원을 기록했다. 전월(3064만3800원)보다 1.38% 오른 수준으로 전년 동월(2821만5000원)과 비교하면 10.11% 상승했다. ‘국민 평형’이라고 부르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로 환산하면 10억5000만원 안팎이다. 우리나라 중위 소득(540만964원·4인 기준) 가구가 16년 이상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저축해야 하는 돈이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1월 이후 5개월 연속 3.3㎡당 3000만원대를 유지 중이다.

전국적으로도 분양가는 상승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613만7000원으로 전월 대비 0.96%, 전년 동월 대비 11.77% 올랐다.이는 올해 들어 2월 1560만2400원, 3월 1585만6500원, 4월 1598만5200원에 이어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조합 입장에선 추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새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높게 책정해 소비자에게 부담시킬 수 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중산층의 꿈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원자잿값 등 실물 자산 가격이 오른 만큼 불가피한 과정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기존 분양가를 유지한다면 시공사들이 아파트를 짓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며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로 인해 통제받았기 때문에 상승폭이 더 높아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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