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우로 반지하 일가족 참사···이주·매입 등 대책 1년째 지지부진 지적
절차 간소화·다세대 매입조건 완화 추진···“반지하·지상층 가격차 절충 쉽지 않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여름 장마가 임박했지만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반지하 주택들은 여전히 침수 문제에 취약한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반지하 대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조만간 다세대 반지하 매입 조건을 완화할 것으로 보여 정책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반지하와 지상층간 가격차가 있단 점을 고려할 때 공공과 거주자간 가격 절충이 반지하 대책의 성패를 가를 주요인이란 분석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말 제주부터 시작하는 올여름 장마는 엘리뇨 영향으로 폭우 강도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난해 국지성 집중호우로 발생했던 반지하 주택 침수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시간당 150mm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관악구에서 침수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곳곳에서 반지하 주택을 중심으로 침수 피해가 났다. 당시 이 사건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다른 곳곳에서도 반지하 주택을 중심으로 침수 피해가 나면서 서울시는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반지하 거주자에게 이주비 지원을 통해 지상층 이주를 유도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침수 위험 반지하주택을 매입하며,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한단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고가 난지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서울시의 반지하 대책은 추진이 지지부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전체 반지하 주택 23만8000가구 중 침수 우려 가구를 1~3단계로 구분해 2만8537가구를 선정했다. 이중 주거 이전이 끝난 세대수는 2250가구(7.8%)에 불과했다. SH공사를 통한 반지하 주택 매입도 올해 목표량 3450가구의 2.8%(98가구)만 채웠다.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완료된 곳은 6310가구(22.1%)였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장마 코앞인데 반지하 대책 ‘지지부진’···“다세대 매입 조건 완화, 가격 절충이 성패”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시는 절차 간소화 등 반지하 주택 정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입 불가 기준을 간소화하고 접수나 심의 절차를 개선했다. 접수기간을 폐지하고 상시접수로 전환했으며 온라인 접수도 추가했다. 심의 간격도 3주 간격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시는 매입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국토교통부와 SH공사와 협의하고 있다. 반지하 주택은 주로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에 분포한다. 이중 다가구 주택은 소유권이 한 세대로 구성된 반면, 다세대 주택은 세대별 주인이 따로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다세대 반지하 주택을 매임하는데 어려움이 있단 지적이다. 

SH 공사 관계자는 “소유권이 여러개로 나뉜 다세대 주택은 건축물 현황도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면적 등이 호당 나뉘지 않아 건축사를 통해 건축물 현황도를 그려야 감정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을 거치며 단계가 진행 중이라 있어서 좀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 지침상 건물 전체를 매입하는 게 목표인데 다세대 주택처럼 소유권자가 나뉘어 있는 경우는 지하 세대를 포함해 2분의 1 이상이 신청해야 접수가 가능하다”며 “반지하 주인이 자기집만 팔려고 신청할 때는 접수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국토부와 서울시가 협의해 접수가 되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다세대 일부 세대 매입 방안은 조만간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 매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기대하는 정책적 효과를 거두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의 지역 구조상 반지하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부분을 모두 예산으로 매입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단 지적이다.

공공자금을 동원해 매입한 반지하 주택을 다른 생산적 용도로 활용하는게 아니라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분명한 효과를 내긴 어렵단 것이다. 

지하층 다세대 주택만 매입하는 방안도 매수 과정에서 가격 부분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되기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 매입 발표를 하면서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공공에서 공익성 차원에서 적극적 매수를 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다세대 반지하 주택 거주자의 경우 충분한 자금을 받아야만 다른 지상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다. 서울시의 흐름이 반지하를 폐쇄하겠단 것이기에 반지하 거주자들이 보상금을 받아 다른 반지하를 얻을 순 없다”며 “그에 합당한 지상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선 매각대금 자체를 넉넉하게 받아야만 가능하단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부분에 있어 서로 의견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대표는 “반지하 문제를 민간주도로 하기도 쉽지 않다. 공공성 부분의 의미 자체가 반감되고, 그간 민간에서 위임받아 했을 때 오히려 현장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단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예전보다 부동산 시장에 있어 관련자들이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많은 요구를 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민간에 맡기더라도 쉽게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