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회사 상대 소 제기한 퇴직자에게 명예사원증 미발급
인권위 “헌법·근로기준법 정한 재판청구권·권리구제신청권 제한”
현대차 “명예사원증은 시혜적 제도···광범위한 재량권 인정해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퇴직자들에게 명예사원증을 발급하지 않은 현대자동차 조치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현대차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5년 이상 장기근속한 퇴직자에게 지급되는 명예사원증은 이용 시 자사 차량이나 부품을 구입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시혜적 성격이 큰 명예사원증 제도에는 회사의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헌법상 기본권 보장이 문제되는 영역과는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16일 현대차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인권위 처분에 따라 회사에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원고의 당사자적격에 대한 표시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인권위의 권고의견 이행 실태 점검을 수인해야 하고 관련 내용 공표시 불이익을 입게 된다는 회사 측 주장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회사 측 추가서면과 인권위 측 반박 서면을 받겠다며 오는 9월1일 추가변론기일을 지정했다.

이 소송은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의 취업규칙이 위법하고 차별적이라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연구일반직지회 현승건 전 지회장의 인권위 진정에서 시작됐다. 진정에는 명예사원증 발급 차별 이슈 외에도 정년, 급여산정 기준, 임금피크제 시행 등 비조합원을 조합원보다 불리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인권위는 두 차례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8월26일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위원회)는 인권위 기각 결정 중 ‘명예사원증의 적용 배제에 의한 차별’ 부분을 취소했다.

위원회는 “청구인은 진정 단계에서 ‘비조합원들의 소 제기를 이유로 비조합원에 대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이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피진정회사(현대차)는 비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명예사원증을 정지한 게 아니라, 비조합원들인 진정인(30명) 명단 가운데 일부(23명)가 ‘악의적 분쟁 제기로 정상적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신용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명예사원증을 정지한 것이라 주장한다”며 “피청구인(인권위)은 피진정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비조합원 가운데 명예사원증이 유지된 사유를 확인하고, 조합원 가운데 소송 제기를 원인으로 명예사원증이 정지되거나 박탈된 사례가 있는지를 살펴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의 차별적 취급으로 평가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검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 진정요지는 피청구인의 조사가 미진했다고 할 것이므로 판단에 위법 부당함이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재결 이후 1년이 지난 2022년 8월22일 인권위는 현대차 간부사원이었던 21명에게 명예사원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으로 현대차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명예사원증을 발급하지 않거나 효력을 정지한다면 이는 헌법과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 재판청구권과 권리구제신청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제기한 진정과 소송 등이 남소(소송남발)에 해당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또 명예사원증 등의 발급 사유를 제한한 ‘장기근속자 예우 시행세칙’도 개정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인권위 결정에 불복해 같은 해 11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퇴직 임직원들에 대한 명예사원증 제도는 ‘시혜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시혜적 성격을 가진 제도 운영에 있어서 회사에 광범위한 재량권과 매우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회사는 소장에서 “명예사원증 제도는 공법상 법률관계에서나 헌법상 기본권 보장이 문제 되는 영역에서와는 달리 훨씬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진정인이자 이 사건 보조참가인인 퇴직 간부들은 행정심판법상 제척기간이 도과했다며 이번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준비서면을 통해 본안전항변 이유로 “위원회의 재결 결정일인 2021년 8월26일로부터 90일이 경과한 행정법원 소 제기는 제척기간 도과”라며 “명예사원증 관련 재결의 경우,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없고 원고(현대차)의 2022년 11월18일자 서울행정법원 소제기는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이 경과 해 각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