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지표 개편 후 첫 평가결과 공개···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 성적 저조
文 임명 마사회·석탄공사 등 등급 상향···가스공사, C등급에도 성과급 반납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제도를 개선한 뒤 시행한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체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결과에 따라 해임 가능성까지 열려있던 일부 전 정부 임명 공기업 수장들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기관별 재무 상황이 평가에 큰 영향을 줬단 분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기업 36곳, 준정부기관 94곳, 감사평가기관 63곳에 대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경평은 윤석열 정부가 수정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 체계를 적용한 첫 평가이다. 재무건전성과 비용절감 노력 등 재무성과 지표 비중을 확대하고 직무급제 도입 등 국정과제에 대한 공공기관 성과를 평가에 반영했다.

지난해 공기업 36곳의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보면 탁월(S) 등급은 없었고, 우수(A) 5곳, 양호(B) 13곳, 보통(C) 12곳, 미흡(D) 5곳, 아주미흡(E) 1곳으로 나타났다. 준정부기관 94곳 중엔 A 14곳, B 35곳, C 33곳, D 9곳, E 3곳이었다. 

이번 경영평가에선 특히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이 속한 공공기관들의 평가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현재 공기업 36곳 중 절반이 넘는 25곳이 전 정부 시기 임명된 기관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엔 주로 전력 공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남동발전(김회천), 한국남부발전(이승우), 한국동서발전(김영문), 한국서부발전(박형덕), 한국중부발전(김호빈), 한국전력기술(김성암), 한전KDN(김장현), 한전KPS(김홍연) 등이 전 정부 임명 기관장을 수장으로 두고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들 기관들의 성적표는 대체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지난해 발표한 2021년도 경평에서 유일하게 S등급을 방았던 한국동서발전은 이번에 B등급으로 떨어졌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은 A에서 C로, 한국남동발전은 A에서 B로, 한전KDN은 B에서 C로 각각 추락했다. 다만,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는 B를 유지했고, 지난해 C를 받았던 한국서부발전은 A로 올라섰다.

최근 기관장이 사퇴한 한국전력공사는 C에서 D로 내려앉았다. 다만, 한전과 함께 재무위험 경고가 제기됐던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와 같은 C등급을 받았다. 가스공사는 현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12월 최연혜 사장이 임명됐다.

이같은 전력 공기업의 저조한 경평성적의 주 원인으로 재무건전성 악화가 꼽힌다. 한전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이 33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이 146%에서 494%로 급증했다. 발전 공기업도 발전단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다만, 재무악화 원인으로 꼽히는 전기요금 인상 문제의 경우 공기업 노력 부족이라기 보단 정부가 요금인상 시점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한 이유도 있어 재무구조 악화 책임을 공기업에 돌리는게 합당한지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기재부 측은 “요금인상 지연, 현실화가 충분히 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이면엔 공기업의 뼈를 깎는 경영개선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런 재무 실적이 미흡한 기관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내려지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D등급 이하를 받아 올해 결과에 따라 기관장 해임 가능성도 있었던 전 정부 임명 공기업 수장들은 한숨 돌렸다. 그랜드코리아레저(김영산)와 한국마사회(정기환)는 D에서 B로, 대한석탄공사(원경환)는 D에서 C로 전년 대비 등급이 올라갔다.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한국마사회의 경우 지난해 큰 폭의 실적개선이 이뤄지면서 평가결과에 반영됐단 분석이 나온다. GKL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 종식으로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재무지표상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석탄공사는 재무구조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등급이 올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대한석탄공사 관계자는 경영평가 관련 공사의 자구노력 등을 묻는 질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공기업은 D가 인천항만공사와, 강원랜드,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E는 한국철도공사였다. 이중 기관장 해임 건의 요건을 갖춘 기관은 LH(2년 연속 D)와 한국철도공사(E)이다. 한국철도공사는 기관장이 이미 해임됐고, LH의 경우 기관장 재임기간이 짧아 제외됐다. 

E인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재임기간 6개월 미만, 2년 연속 D인 경우 지난해말 기준 재임기간 1년 미만인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C에서 D등급으로 떨어진 강원랜드(이삼걸)는 기관장 경고조치가 내려졌다.

준정부기관의 경우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김태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조현장),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감신), 한국소방산업기술원(김일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권기영) 등 기관장 5명에 대해 해임을 건의했다.

공운위는 재무위험이 높은 15개 공기업의 성과급을 삭감, 자율반납하도록 권고했다. D등급을 받아 성과급 지급이 막힌 한전을 비롯해 대한석탄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은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 임원 성과급을 전액 삭감하고 1~2급 직원은 50% 삭감했다. 한전 재무구조 악화와 관련성이 높은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공기업에 대해선 임원 성과급 50% 삭감, 1~2급 직원 25% 삭감 조치를 내렸다.

기재부 측은 “가스공사는 C가 나와 등급상 성과급 대상이지만 에너지 공기업 관련된 재무구조 상황이 심각한 문제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C등급이 나왔다고 성과급을 기준에 따라서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런 기관들 임원이나 기관장에 대해서는 성과금을 삭감하거나 반납하는 결정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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