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기존 시스템 비난은 해결책 못돼 ···사람’이 문제인 경우 해결책도 ‘인적 리스크 관리’에 방점 찍어야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개방 사태가 일어난 지 3주를 넘어서고 있다. 항공 역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자, 당시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갖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보고에 문제가 있었다’, ‘비상구를 여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제어할 사람이 없었다’ 등등 갑론을박이 넘쳐나는데 이번 사태와 관련한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사태의 본질은 간단하다. ‘사람이 문제’였다. 당시 그 자리에 앉았던 A씨가 이번 사태의 핵심 문제 제공자다. 그가 다른 항공사, 혹은 외항사 항공을 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히려 문이 열린 상태에서도 인명사고 없이 무사히 착륙하고 뒤처리한 아시아나항공이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인가 어떤 문제나 사고가 터지면 무조건 시스템이나 제도가 근본 문제라는 시각을 습관적으로 기본으로 깔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물론 필요한 접근법이지만 세상 어떤 문제들은 제도나 시스템 자체보다 사람 그 자체로부터 발생한다. 이런 문제들조차 기존 제도나 시스템을 놓고 이야기하면 논의가 산으로 가고 기이한 해결책이 도출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비상구 앞좌석에 탔고 지금 이순간도 계속 타고 있다. 그런데 그 지금까지 문을 열려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제도나 시스템이 핵심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는 민망하다. 오늘도 비행기들은 잘 뜨고 내리고 있다

일각에선 비상구 앞은 지키는 사람이 없어 위험에 방치돼 있다고 말한다. 또 비상구 좌석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역대 여객 이용객수를 볼 때 승객이 공중에서 비상구 문을 열 확률은 로또 1등 보다도 훨씬 낮다. 그 확률 때문에 비상구에 문지기를 두는 일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또 만약 완력이 좋은 승객이 비상구 문을 열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경우까지 생각해 두 명을 배치하거나 무기를 소지하게 할 것인가. 바로 이런 것들이 위애서 언급한 ‘산으로 가는 논의’다.

또 비상구 좌석을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비행기를 타보면 알지만 비상구는 꼭 그 좌석에 앉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개방을 시도할 수 있다. 장거리 비행 때 외항사 여객기 비상구좌석을 몇 차례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데 사람들이 문 바로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서성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비상구 좌석을 비워 두라는 것은 해결책도 안될 뿐더러 오히려 위급상황 때 승무원을 도와줄 역할을 할 사람만 없애는 격이다.

결국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이들에 대해 따로 관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 있는 해결책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토부에서 과거 항공보안법 위반자 등 위험 승객들을 특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비행기 내에서 소란을 피워도 해외와 달리 솜방망이 처벌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사람이 문제인 경우엔 해결책도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