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방통위원장 면직처분 집행정지 첫 심문기일
한상혁 측 “총장 2개월 직무정지도 인용···면직은 완전한 직무배제”
윤석열 측 “징벌적 제재 아닌 예방적·잠정적 조치···동등 비교 안 돼”
재판부 23일까지 인용 여부 결정···사실관계 입장 추가서면 요구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점수 조작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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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으로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가처분 판례가 언급됐다.

한 전 위원장 측은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검찰총장의 직무가 정지된 사례에서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라는 요건이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두 사건의 쟁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동등한 비교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면직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사건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적극적 요건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 있을 것’을, 소극적 요건으로는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을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대리인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2개월 직무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을 언급하면서 한 전 위원장의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검찰총장 집행정지 사례에서 법원은) 검찰총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는 점, 검찰청법이 검찰의 독립을 위해 총장의 임기를 단임제 2년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 ‘직무정지’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주된 집행정지 사유로 삼았다”면서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 엄격하게 신분을 보장받는 방통위원장이 면직으로 직무에서 완전히 배제(직무배제)됐는데, (비교하면) 이는 당연히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대리인은 이어 “범죄행위자로 낙인찍히고 지난 4년간 위원장으로서의 공정성 등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등 이미지도 훼손당했다”며 “면직처분으로 변호사자격까지 제한될 경우 발생하게 될 손해, 본안 판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건과 이 사건 면직처분은 쟁점이 달라 비교 대상이 아니며 한 전 위원장에게 보수 이외에 다른 개인적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은 “검찰총장 사례는 징계사유 자체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거나 기피신청에 대한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던 것이다”며 “이 건은 징계사유 존부에 관해 다투고 있고, (면직은) 비위행위에 대한 징벌적 제재라기보다 예방적·잠정적 조치라는 점에서 동등하게 비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면직의 배경은 형사소추가 아닌 공정성 훼손과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집행정지에서 말하는 손해는 개인적 손해에 한정되고 제3자가 입거나 공공의 손해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남은 임기 동안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이외에 다른 개인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명예훼손 부분은 본안에서 심리가 될 것이다”고 반박했다.

대리인은 공공복리에 대해서도 “면직 처분 정지로 인해 대통령의 권리 행사가 형해화 될 우려가 있다”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은 개인적 사유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양측의 공방은 70분간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미 제출된 준비서면과 이날 양측의 변론을 종합해 다음 주 금요일(23일)까지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또 양 측에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포함해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3월11일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그해 4월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지난달 2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정부는 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절차를 진행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면직안을 재가했다. 한 전 위원장의 임기는 내달 말까지였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면직 처분 취소 소송 본안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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