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없이 결정문 별도 송달···원심은 청구 기각
‘경영권 분쟁에 이용’ 시각도···3000억원 배당안 제안도 부결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 사진=연합뉴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구본성 전 부회장이 모친 이숙희(이병철 삼성 창업주 차녀) 여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 항고심 심문이 종결됐다.

항고심은 원심의 정신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여사에 대한 한정후견 심판개시 청구 항고심 재판부인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조영호 수석부장판사)는 전날 이 사건 심문을 종결했다. 가사비송사건 중 하나인 후견에 관한 사건은 별도의 선고기일이 없다. 재판부는 사건본인과 당사자들에게 결정문을 통지하게 된다.

구 전 부회장은 ‘재산 일실 위험’을 이유로 모친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받는 제도다.

이 사건 원심에서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 정신감정이 이뤄졌고,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원심 재판부는 두 결과 중 ‘정신적 제약이 없다’는 서울아산병원의 정신감정 결과를 수용해 구 전 부회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진 항고심에서 재판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의견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후견제도를 경영권 분쟁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지난 2017년부터 이어졌다. 막내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이 먼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LG가(家)의 ‘장자승계’ 원칙을 내세워 경영에 참여한 게 단초가 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 계열사 캘리스코 대표로 물러났고, 구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아워홈이 캘리스코에 납품을 중단하면서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9월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사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판세가 뒤집혔다. 아워홈은 이사회를 통해 그를 해임했다.

구 전 부회장은 여전히 아워홈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주총을 앞두고 2966억원의 현금배당안을 제안했다가 부결됐다.

아워홈은 지난달 31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2022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구본성 주주가 1000억원의 배당금 지급을 요구한 바 있으며, 올해도 순이익의 10배가 넘는 2900여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하며 사익 추구를 우선하는 태도에 회사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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