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급 시각장애인 963명 SSG닷컴 등 상대 손해배상 소송
2심, 적극적 조치만 유지···1심 인정한 위자료 10만원 취소
대리인 “편의 증진 영향 의미 있지만 소송 지연행위 조장”
한시련 사무총장 “소 제기 후 7년간 변화 크지 않아”···상고 수순

음성 통역 등 서비스가 없어 정보 이용 차별을 받고 있다며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시각장애인들이 2심에서 일부 승소를 거둔 8일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왼쪽)과 이삼희 한국디지털접근성진흥원 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음성 통역 등 서비스가 없어 정보 이용 차별을 받고 있다며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시각장애인들이 2심에서 일부 승소를 거둔 8일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왼쪽)과 이삼희 한국디지털접근성진흥원 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 정보이용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대형 온라인 쇼핑몰 운영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다만 1심이 인정한 위자료 지급 판결은 취소됐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김인겸 이양희 김규동)는 8일 시각장애인 임아무개씨 등 963명이 SSG닷컴, G마켓,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화면 낭독기를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상품 광고와 상세 내용 등의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는 ‘대체 텍스트 제공 등 서비스 개선’ 부분은 유지했다.

그러나 쇼핑몰이 공동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각 10만원씩 지급하라는 위자료 지급 부분은 취소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선고 직후 원고들을 대리한 김재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의 중요성이 확대된 시대상을 반영하면 시각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1년에 1만원도 채 되지 않는 명목상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인정했던 원심판결을 기각한 것은 심히 부적절한 판결로 소송지연행위를 조장하는 판단”이라며 “의뢰인과 상의 후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고 중 한 명인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이 재판이 진행된 7년간 시각장애인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변화는 없었다”며 “재판부가 장애인 차별 문제를 받아들이는 시각이 여전히 보수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삼희 디지털접근성진흥원 원장은 “시각장애인을 소비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권리를 찾기 위해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정보이용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2017년 9월 1인당 위자료 200만원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쇼핑몰 측은 “수많은 상품에 텍스트가 제대로 입력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모든 상품의 대체 텍스트 입력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된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1심은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상품에 관한 필수정보나 광고 내용 등이 이미지 파일로 첨부됐음에도 해당 정보를 인식할 정도로 충분한 대체 텍스트 제공을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함에도 피고들의 차별행위로 인해 상품구매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적절한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어려움은 항시적으로 존재한다”며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에 비춰 인정되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1항에 따라 이를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액에 대해서는 “원고들 중 실제 웹사이트를 이용했거나 이용하려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10만원을 지급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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