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 16일 유력···재무성과 관리 배점 대폭 확대
마사회·석탄공사 등 관심···“결과 따라 해임 건의 가능, 비계량 평가 불안”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가 다가오면서 전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관 성적에 관심이 쏠린다. 경영평가 성적에 따라 기관장 해임 가능성이 열려있는 공기업으로 한국마사회, 대한석탄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 등이 꼽힌다. 이들 기관 내부에선 정부가 이번 평가 때부터 비중을 높인 재무적 지표가 양호해도 안심할 순 없단 분위기가 감지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달 중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영평가 발표는 법상 20일까지로 돼 있는데 16일에 하기로 잠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새로 평가지표 기준에 맞춰 진행한 첫 번째 평가로 재무성과 평가를 강화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재무관리 항목과 업무효율 항목을 재무성과관리 항목으로 통합하고 배점을 10점에서 20점(공기업 기준)으로 확대했다. 또 당시순손실 등 재무위험이 높은 기관에 대해 성과급을 제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했다.  

공공기관 자체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혁신가점(5점)을 신설해 각 공공기관이 진행한 기능,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혁신 상황을 반영했다. 직무급 도입 촉진을 위해 보수 및 복리후생 지표 내 직무급 평가지표 배점을 2점에서 2.5점으로 확대했다. 

반면, 지난 정부 시절 비중이 강화됐던 사회적 가치 구현의 비중은 낮아졌다. 공기업 기준 기존 25점이었던 배점을 15점으로 축소했고,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을 사회적 책임으로 바꿨다. 일자리 창출(6점),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4점) 지표를 ‘일자리 및 균등한 기회’ 지표로 통합하고 배점은 기존 10점에서 5점으로 조정했다.

경영평가가 재무성과를 강화하는 쪽으로 흘러가면서 재무구조나 실적 등이 좋아진 기관이 평가결과가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들이 있는 공공기관의 평가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일부 기관 수장들이 잔여 임기를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전 정부 임명 기관장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들이 속한 공공기관의 경영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법상 정부는 경영평가에서 매우미흡(E) 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미흡(D) 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장에 대해 해임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지난해 발표한 2021년 경영평가에선 공기업 중 그랜드코리아레저와 대한석탄공사, 한국마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가 D등급, 한국철도공사가 E등급을 각각 받았다. 이중 김영산 GKL 사장, 정기환 마사회장, 원경환 석탄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이다. 김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고, 정 회장은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 회장, 국민농업포럼 상임대표 등을 지냈으며, 원 사장은 경찰 출신으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여권에서는 이들 중 정기환 회장과 원경환 사장을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낸 정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원 사장 모두 전 정부의 대표적 알박기 인사란 지적을 내놓는 상황이다. 잔여 임기는 정 회장이 2025년 2월, 원 사장은 내년 11월까지다. 

두 기관장 모두 이번 경영평가에서 미흡 이하 등급을 받으면 기획재정부는 이들을 해임 건의할 수 있다. 일단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실적이 다소 개선됐다. 연결포괄손익계산서상 2020년(-2603억원), 2021년(-4179억원) 영업손실을 낸 마사회는 지난해 784억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2021년은 코로나19 때문에 매출 자체가 없었는데 지난해는 연초 일부 제한적으로 고객이 입장하다 4월부터 정상화되면서 매출이 발생했다”며 “코로나 때 비용절감을 위해 유휴자산 매각을 추진했는데,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서초부지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시행될 예정인 온라인 경마도 마사회 매출에 영향을 줄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마사회가 재무구조 개선이 반영된 평가 결과를 받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안심할 순 없단 관측 또한 제기된다. 공공기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마사회가 실적 등 정량적인 부분은 1년새 나아진 것이 분명하지만, 정성 평가에서 매우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단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평가 배점은 100점 만점에 수치화가 가능한 계량 평가가 51.5점, 비계량 평가가 48.5점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관계자는 “공공기관 급여체계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기본급보다 성과급의 비중이 높아진다. 경영평가는 성과급이 걸려있는 문제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마사회가 수년간 경평 결과가 좋지 않아 성과급을 받지 못했는데 올해 실적 개선에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실망과 함께 기관장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 적자 기관인 석탄공사는 지난해 실적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20년 –931억원, 2021년 –1040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9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1672억원이었다. 석탄공사의 영업적자는 산업의 사양화로 제조원가가 판매가보다 높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무연탄 판매가격을 정부가 공시가격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2025년까지 단계별 폐광이 예정돼 있으며, 신규 사업을 할 여지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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