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이사회 개최, 서울백병원 폐원안 최종 의결 예정
인력과 병상수 감축, 병실 리모델링 방침 시행···흑자 전환 역부족
경영상 어려움, 도심 공동화 타격···법인 내 다른 병원 통해 직원 고용 승계 방침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개원 83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는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개원 83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는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개원 83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는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팀(TF)에서 결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이사진 8명 중 절반 이상이 참석해 찬성하면 통과된다. 앞서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팀은 "의료 관련 사업은 모두 추진 불가능해 폐원이 최선이며 병원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매각이 불가피하다"며 폐원안을 제출했다.

서울백병원은 2004년 73억원 적자를 기록한 이래 20여년 간 꾸준히 적자가 쌓이면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지난해에는 16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현재까지 누적 적자만 1745억원에 이른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2016년부터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며 경영난 타개를 위해 힘써왔지만 흑자 전환에는 결국 실패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276개였던 병상을 최근에는 122개까지 줄였고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하면서 레지던트(전공의)를 받지도 않았다. 또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매년 30~50억원씩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간 외부 전문기관에 경영 컨설팅도 맡겼지만 적자의 폭은 줄어들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서울백병원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병원을 건강검진센터나 요양병원, 노인 주거 시설 등 다른 의료 관련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등을 확인했는데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아 태스크포스팀에서 폐원 결론은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백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진 데에는 수도권에 자본력을 갖춘 대형병원이 잇따른데다 도심 상주 인구가 줄어드는 공동화(空洞化) 현상도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제의료원 재단 본원으로의 상징성을 갖는 서울백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립 공익법인으로 1941년 설립된 백인제외과병원을 시초로 한다. 1975년 지하 2층 지상 13층에 총 350병상 규모로 완공된 서울백병원은 당시 국내 최대 종합병원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에는 선수촌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법인 내 다른 병원을 통해 400명 가까운 직원의 고용은 승계할 방침이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일단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지켜봐야 한다"며 "이후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외부 컨설팅 결과와 폐원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강북 구도심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병원의 폐원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대 필동병원(2004년)을 시작으로 이대 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에 이어 2019년에는 동대문구의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이 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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