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안·가처분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배당
위원장, 탄핵 아닌 면직 가능할까···집행정지 요건 판단도 관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이 오는 12일로 지정됐다.

관련 법에 따라 임기를 보장받는 방송통신위원장을 국회의 탄핵이 아닌 일반적인 공무원의 징계 기준에 따라 면직하는 게 가능한지, 임기라는 피보전권리가 공공복리보다 우선하는지, 구제의 긴급성이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면직처분 취소청구 본안 및 집행정지 사건을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에 배당했다고 5일 밝혔다. 집행정지 사건 첫 심문기일은 오는 12일 오후 2시30분으로 지정됐다.

한 전 위원장은 피고를 인사혁신처장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으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청문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하고 면직처분을 최종 통지한 주체는 인사혁신처이지만, 최종 승인권자가 윤 대통령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위원장을 대리하는 이명재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보훈처의 서훈 취소를 다투는 소송에서 보훈처장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 각하된 판례가 있다”며 “법률검토를 통해 이번 면직 처분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행정청의 대표인 윤석열에게 피고적격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집행정지 사건은 우선 방통위법의 ‘면직’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방통위법 제8조 1항 3호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위원을 면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위원장도 위원이다. 그러나 방통위법은 위원장에 한해서 탄핵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 법 제6조 5항은 ‘국회는 위원장이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변호사는 “방통위법 제정시 위원장에 대해 탄핵소추 규정을 따로 둔 것은 방송의 독립성 보장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위원장을 쉽게 면직하면 안된다는 입법자의 입법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며 “청문절차를 거쳐 임명한 위원장을 국회의 탄핵 소추 외 다른 방법으로 지위를 박탈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령 위원장을 위원 중 한 명으로 보고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적용하더라도 그 처분 사유는 엄격해야 한다. 위반의 정도나 명백성이 중대하고 분명해야 한다”며 “한 위원장의 면직 사유는 검찰의 공소제기인데, 기소만으로 유죄로 단정하고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연결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원은 한 위원장 불구속기소 전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대해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임기를 두 달 남겨놓은 상황에서 한 위원장을 급하게 면직 처분한 배경은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무리한 면직처분에 대해 법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한 위원장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성, 긴급성 등 행정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집행정지의 요건 역시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 측은 본안소송을 통해 직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가구제(假救濟)의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방통위원의 면직 규정에 따라 이번 처분이 이뤄진 것이며 방통위 정상화라는 공공복리가 한 전 위원장의 피보전권리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직 2개월 징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사건에서 유사한 주장을 펼쳐 법원에서 인용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 측은 2개월의 공백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법원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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