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비사 열악한 처우에 대규모 인력 이탈···조종사 노조, 동결 수준 임금 인상에 파업 준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요새 아시아나항공이 안팎으로 연일 시끄럽다. 밖으로는 대한항공과의 합병 관련 해외 경쟁당국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으며, 안으로는 엔데믹 이후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각종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노동조합과의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18년 만에 파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건은 아시아나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외 경쟁당국과 대한항공,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그러나 내부 문제는 다르다. 최근 아시아나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기내식에서 이물질이 나와 승객 치아가 손상되는 일이 있었다.

이어 지난 달에는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출발한 인천행 여객기가 유압 계통 문제로 동력 전달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긴급 정비로 이륙이 지연됐고, 이 과정에서 승객 260명의 짐을 영국에 두고 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같은 달 김포행 항공기에서 이륙 직전 비상 착수(물 위에 내려앉는 것) 장비인 슬라이드 고정 프레임에 문제가 발생해 결항되면서 200여명에 달하는 승객이 탑승까지 마친 상태에서 모두 내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얼마 전에는 200m 상공에서 한 승객이 비상구 문을 열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아시아나에서 터지는 악재에 대해 “단순히 운이 없었다”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특히 결함 문제의 경우 정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인재(人災)’에 가깝다.

항공산업 특성상 작은 사고로도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항공사들이 항공기 정비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만큼 정비사는 항공산업에서 귀한 몸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아시아나에선 수많은 정비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당시 열악한 근무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회사 측은 무대응 원칙을 고수했으며, 이에 실망한 정비사들의 대규모 이탈이 이어졌다.

당시 아시아나는 재무 악화로 인해 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무시했으며, 불만이 곪아터지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역대급 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임금 인상을 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최소 물가 상승분 만큼이라도 임금이 오르길 기대했으나, 회사는 4년간 2.5% 인상안을 고수했다. 사실상 연 0.625% 인상인 셈이다. 다른 항공사들이 10%대 인상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노조는 앞으로 파업도 고려하고 있지만, 항공산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파업에 따른 회사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항공산업은 필수공익사업 규정상 파업을 하더라도 국제선 80%, 국내선 50% 이상을 운영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선 돈이 안 되는 노선을 우선적으로 줄이면 되니 파업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회사와 산업은행이 임금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은 아시아나가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채권단 관리 하에 있어 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아직까지 어려워 임금을 올려주지 못하겠다는 말도 어느 정도 수긍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아시아나가 진행한 임원 인사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하다.

올해 초 아시아나는 총 14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의 흡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규모 임원 인사가 이뤄지면서 업계에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았다. 아시아나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큰 대한항공도 올해 임원 인사가 2명에 그쳤다.

코로나 기간 동안 고통을 감내한 직원들에겐 1%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을 하고, 임원들은 승진 잔치를 벌이는 것이 고깝게 보이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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