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공공복리에 중대 영향” 비교 형량 판단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조작 의혹으로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면직된 한상혁 위원장이 이르면 오늘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본안 소송과 함께 진행될 집행정지 사건에서는 한 위원장의 손해와 공공복리의 우위를 놓고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31일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오늘 (인사혁신처로부터) 면직 처분을 최종적으로 통지받았다”며 “처분 사유를 분석해 오늘 중으로 아니면 내일 일찍 (소장을) 제출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주장을 펼칠 것인가’라는 질문엔 “서면에 담고 소송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면서 “일반론적 관점에서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률대리는 청문절차부터 함께한 이명재 변호사가 맡는다.

한 위원장이 제기할 불복절차는 본안소송보다 가처분의 의미가 크다. 임기가 2개월 남은 시점에서 물리적으로 본안소송의 결론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탓이다.

이 때문에 한 위원장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성, 긴급성 등 집행정지의 적극적요건이 성립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위원장은 본안소송을 통해 직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가구제(假救濟)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공공복리보다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명백한 경우가 많아 인용률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본안 승소율은 약 10%에 불과하지만 집행정지 인용률은 60%에 이른다는 특징도 있다.

반면 피고인 인사혁신처 측은 방통위 정상화라는 공공복리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는 소극적요건으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할 우려가 없을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 한 위원장이 형사소추 등으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인사혁신처의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 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그간 국무회의 참석 대상에서 제외되고 업무보고도 서면으로만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일 임기가 2달 남은 한 위원장을 면직 처리했다. 종편 재승인 점수를 수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만큼 방통위원장으로서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일 검찰의 불구속기소 이후 10일 면직처리 절자, 23일 면직 전 청문 절차, 30일 면직 재가까지 채 1달이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검찰의 공소장과 청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위원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등을 예고했다. 그는 방통위원장의 지위는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엄격한 신분이 보장된다며 국가공무원법상 일반규정만을 적용해 면직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인사혁신처가 면직 처분의 이유로 꼽은 사안은 서울북부지방법원이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죄로 추정되어야 하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전제해 국가공무원법상의 일반적 의무위반을 적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직 2개월 징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사건에서 유사한 주장을 펼쳐 법원에서 인용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 측은 2개월의 공백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법원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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