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수입 전기차 시장 점유율 韓 43%(2019) → 8%(2021), 中 26% → 46%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아세안(ASEAN) 수입 전기차 시장은 2배 넘게 커졌지만 한국 전기차 점유율은 중국에 밀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품 라인업 강화 등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9~2021년 간 아세안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요국 점유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3.2%(1위)에서 2021년 8.2%(3위)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수입액으로 따지면 약 5600만달러에서 2400만달러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연합체인 아세안은 대체적으로 토요타 등 일본차가 강세를 보여왔다. 현재도 일본차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등 공략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8%(약 6.7억명)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우리 기업들에게 주요 시장으로 여겨진다.

내연기관에서는 일본차가 강세였지만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현대차가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실제로 한때 한국산이 아세안 수입 전기차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점유율이 많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전기차 점유율이 감소한 자리는 중국이 채운 것으로 조사됐다. 아세안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의 중국 점유율은 2019년 25.7%(약 3400만달러)에서 2021년 46.4%(약 1억3800만달러)로 급등하며 1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독일 역시 같은 기간 1.3%에서 34.1%(2위)로 큰 증가폭을 보였다.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은 13.8%에서 1.6%로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크게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중국의 저가공세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세안 지역 구매력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전기차가 시장공략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외교적 영향 때문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코로나 때 중국이 아세안에 마스크·백신 등 의료물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하는 등 아세안과 중국 간 협력 분위기가 강화됐는데, 이 점이 전기차 판매 확대에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세안 전기차 시장은 아직 크지 않지만 정부의 탄소감축 노력으로 향후 높은 시장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47.5%씩 성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만큼, 중국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아세안은 전기차 보급의지가 강하고 전기차로 시장이 제로 베이스가 되면 우리에게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장”이라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정치외교적 협력 노력, 구매력에 맞는 가격대 제품 공략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등 현지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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