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 거래량 역대 최저
전세 사기 여파로 기피 현상 심화
“실수요·투자수요 모두 발길 돌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에서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비(非)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매매와 전세 거래량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다. 전세 사기 등 여파로 비아파트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비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840건(빌라 6131건, 단독 70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1~4월 기준) 이래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지난해 매매 거래량(1만 4175건)과 비교하면 51.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전년대비 비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강서구다. 강서구의 비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737건이었지만 올해 들어선 600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년 대비 65.5% 줄었다. 이어 강남구가 391건에서 140건으로 64.2% 감소했고 금천구 64.1%, 송파구 63.0%, 양천구 61.8%, 도봉구 60.2%, 서초구 56.4%, 구로구 56.4%, 마포구 52.2% 등 순으로 감소율이 집계됐다.

/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경제만랩

전세 거래량도 역대 최저를 보였다. 비아파트의 전세 거래량은 올해 1~4월 3만6278건(빌라 2만2282건, 단독 1만399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만3326건(빌라 3만2046건, 단독 2만1280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전세 거래 역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가장 적었다.

비아파트 매매, 전세 거래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아파트값이 크게 하락해 아파트 급매 쪽으로 수요가 이동한 데다 최근 빌라(연립·다세대) 등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문제가 확산하며 비아파트 선호도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와 비교해 환금성과 가격 상승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다 전세 세입자도 구하기도 어렵게 되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의 경우 거래량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올해 초 부동산 규제가 완화돼 자금 마련에 숨통이 트인 영향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1∼4월 기준 9957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 동기(5085건)보다 2배 수준으로 늘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사기 영향으로 비아파트의 전세 기피현상이 생겨나면서 갭투자도 사라지고 매매 거래량도 얼어붙었다”며 “비아파트와 아파트의 주거선호도와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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